여섯 살 그리고 서른다섯의 4월
친구가 하나도 없거나 내리는 비 사이를 피하는 확률정도가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들을 표현한다는 문구를 보고 엄마가 쓴웃음은 지은 지 하루 만에 너의 유치원에서 코로나 확진자 친구들이 갑자기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어.
평소에도 면역력이나 체력하나는 끝내주는 너였고 숱한 전염병(?)과 흔한 열감기, 예방주사로 인한 고열도 한번 겪지 않았던 터라 좀 걱정은 됐어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 오히려 툭하면 편도선이 붓는 엄마를 걱정했단다. 그런데 딱 이틀이 지나고 정확하게 유달리 칭얼거리고 자주 우는 너를 보고 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니 네 몸이 따끈따끈해졌어.
아이고 올 것이 왔구나 싶어서 코로 자가키트를 했는데, 한 줄이 나왔어! 그렇지만 혹시나 싶어서 아침에 목으로 검사해 보았더니 두줄. 아... 그간 몇 번의 검사동안 시간 지나서 두줄 되는 것이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웬걸 두줄은 처음부터 단호박으로 두줄이 나오는 거 있지.
(문득 드는 생각인데, 이 글을 네가 읽는 때에 코로나 그런 게 있었나 하고 생각하게 될까? 혹은 코로나는 약과였어 엄마 하게 돼버리는 건 아닐지...)
그렇게 너와의 동침은 시작되었어.
아침부터 조금은 긴 거리를 걸어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평소라면 전혀 사주지 않았을 약국장난감을 사고 혹시나 열이 있어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씩씩하고 웃음 많은 그대로의 너여서 참 다행이다 싶더라. 우리 김코카는 늘 웃음이 많아서 참 좋아. 그렇지만 공원에서부터 집까지 목마 태워오는 길은 아... 이 피로감이 앞으로 일주일의 예고편일까 하는 생각을 했어ㅎㅎ
그리고는 엄마의 고민이 시작되었어. 과연 안방에서의 동반격리 속에서 일단은 음성인 엄마는 코로나로부터의 방역에 힘써야 할지, 아니면 릴레이감염이 되어 나중에 걸려서 격리기간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한큐에 걸려서 지나가는 것이 나은지 하는 고민이었지. 아무렴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르고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 게 좋은 거지 싶다가도 어차피 코로나가 가득한 지금의 상황에서 겪을 때 같이 겪어버리고 코로나로부터 약간의 해방을 누릴 수 있을지 하는 고민은 네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너의 식사를 챙기는 순간순간 계속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더라. 그러던 중에 2일 차에 엄마만 받은 PCR검사 음성결과에 그래도 중간중간 식사도 같이하고 한밤중에 엄마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굴러온 너를 안고 잠들었음에도 음성이라면, 출근하느라 베란다 창문으로 너와 애틋하게 인사하는 아빠를 위해서라도 방역에 힘쓰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그렇지만 여전히 격리가 뭔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엄마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 알길 없는 너의 엄마를 향한 사랑에 반쯤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집에 도착하면 시원하게 벗을 수 있는 마스크를 집에서조차 작은 방 안에서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는 순간에도 쓰고 있느라 네 인중언저리와 볼에 살짝 붉은 트러블이 올라와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어. 그때마다 그냥 둘이 한방에 있을 때는 벗고지 내자 하려다가도 그래도 미열뿐이지만 약간의 증상과 함께 전파력을 가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게 했어. 기본적으로 전파력이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써주는 게 가장 최선의 예방이라고 생각하거든.
엄마 때는 IMF를 제외하고는 88 올림픽이나 대전엑스포 2002 월드컵이라던지 평창올림픽 같은 축제의 시절들이 있었는데, 네가 태어난 시절들엔 이제 막 걸음마를 하고 꽃구경할 봄에 황사로 2살도 안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코로나시대라니. 너는 너대로 그래도 그 안에서 즐거운 날들과 재미있는 날들이 있겠지만, 어린 시절 밖에서 놀고 마스크가 뭔지도 몰랐던 엄마의 시절과 함께 두고 본다면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들이 들어.(물론 갈수록 발전하는 장난감과 놀거리를 보면 이야 세상 좋아졌네 라는 말을 자주 하긴 하지만말이지 ㅎ) 그런 연유로 엄마는 예전 같으면 그저 가볍게 생각했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아주 적극적인 운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천연수세미나 샴푸린스바를 사용하고 일회용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려고 하는 중이야. 엄마의 변화 하나가 그럴싸한 환경의 변화를 가지오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네가 살아갈 미래환경을 엄마손으로 악화시키지는 않아야지 하는 마음 정도:)
오늘은 3일 차.
첫날과 둘째 날은 다시금 신생아시절 24시간 밀착 육아를 해야 했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피로하고 또 피로하기만 하더니 3일 초저녁즘 되니까 이제는 조금 너도 엄마도 적응(?)을 하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쓸 생각도 하고. (엄마가 많이 내려놓은 것 같아ㅎㅎㅎㅎ) 지금으로서는 무사히 일주일이 지나고 격리가 끝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인데 혹시나 그날즈음 엄마가 양성이 뜨는 불상사가 없기만을 바라고 있어.
그리고 드디어 해방.
중간중간 호기롭게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던 엄마의 오만함을 반성한다.
그래도 이렇게 드디어 해방이 되었다. 무사히 릴레이감염 없이 우린 공원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이번 코로나에도 역시나 튼튼한 체력으로 별다른 증상 없이 버텨준 너에게 마음 다해 고마운 마음을 적어둔다 :)
잘 자고 우리 또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