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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daDee Jul 16. 2020

1.작업 하나가 시작되기까지.

다섯번째 작업일지_그림을 조각하는 방법

 몰리던 일들이 줄어들고 약간의 여유가 생기서 이제는 내 작업을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남은 주문 그림들을 그려나가는데, 자꾸만 조금씩 추가 주문들이 들어온다. 역시 마음을 놓아야 일이 들어오는 건가...? 이것까지만 이것까지만 하다가는 내 작업은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일단 벌려놓고 본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까.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일정 공간에 출퇴근을 해서 작업하는 게 아니면 사실상 공간 분리가 잘 되지 않아 작업이 쉽지 않다. 몰입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몰입 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참 어렵다. 몰입을 할만하면 못한 집안일이  보이고 겨우 몰입해서 집중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가 집에 돌아올 시간. 애데렐라의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진득하게 오래 붙잡고 진행하는 작업 말고 작고 금방금방 끝낼 수 있는 작업들을 하는데, 그 결과 자연스럽게 작업의 사이즈가 작아져 아쉬워진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작업의 사이즈는 크게 그렇지만 조금씩 끊어서 진행해도 좋을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던  기억, 생각이 많아지는 밤, 나의 20대의 연애사가 다 있는, 결혼 전의 불안함과 출산과 육아가 힘겨울 때 숨어들곤 했던 '숨어있기 좋은 방'이 하나 있다.

 나와 감성이 유독 닮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의 온라인 사의 공간인데, 19살부터 지금까지의 속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아마도 이렇게 지금 까지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의 8할은 그곳에서 단련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결혼하기 전 한창 작업을 할 때 입체작업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커다란 방하나에 실제로 사람이 들어 가볼 수 있게 제작하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전시 여건상 작게 소품으로 제작하게 되었지만.

숨고 또 숨지만 누구나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숨어있기 좋은 방이라고 하지만 금방이라도 찾아주길 바라는 듯한 숨어있기 좋은 방.


 이번에는 그림으로 작업해 볼까 한다. 모자이크를 하듯 조각모음을 하듯이 작은 네모난 칸 하나의 드로잉을 모아 전체 그림이 만든다. 작은 네모칸 하나에 그림을 그리며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숨어있기 좋은 방이 되고 그 방 수백 개가 모여 거대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조각을 모으듯이 또는 커다란 덩어리를 조금씩 조각을 하듯이 그려지는 그림.


이렇게 어떤 작업을 할지 방향을 정하고 나면, 바로 그림에 들어가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작되기까지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았다. 작업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어떤 이미지를 그릴지와 , 어떻게 표현할까 가 남아있기때문.

 이미지는 그간 모아 왔던 작업 자료사진들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되지 않았던 시간 동안 나중에 있을 작업시간을 위해 에스키스 사진들을 찍어 두었다. 작업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흥미롭거나 그리고 싶은 내 시선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은 핸드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그중 숨어있기 좋은 방이라는 콘셉트와 거대한 사이즈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하나 골랐고, 이미지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표현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아크릴로 캔버스에 그릴지 색연필이나 오일 크레용으로 종이에 그릴지. 더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내가 가능한 선택지 중에 몇 가지를 추려본다.

선택한 이미지와 작업 콘셉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재료. 재료를 선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에스키스를 해보는 것. 작게 본 작업이 들어가기 전에 드로잉 느낌으로 각각의 재료로 그리다 보면 각 재료의 한계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비교하고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면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번 그림에서는 오일 크레용이나 유성 색연필이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우선 종이 패널을 주문했다.(후... 이제야 그림 그릴 종이가 겨우 준비됐다.)  선택 가지를 몇 번에 걸쳐 잘라내다 보면 그릴 화면과 재료들이 준비되고 이제 남은 것은 도를 닦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노동을 시작하면 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노동과는 별개같이 보이지만 정말이지 적나라한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붓터치 하나하나 그림 앞에 앉아있는 시간 하나하나 모여 완성된 노동의 결과물. 단숨에 획을 긋는 것처럼 완성되는 작품들도 있지만, 이렇게 노동의 시간들이 담긴 그림이나 작업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에너지를 가진다.


 작업을 벌려 놓았으니 이제 열심히 노동으로 채우고 간간히 재료값을 위해 주문 그림들을 마무리해야지.

이 글을 시작으로 그림을 조각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작업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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