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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Jun 05. 2021

첫 마라탕의 경험

마라탕에 대한 오해와 편견


마라탕을 처음 맛보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은 강의를 마치고 몹시 배가 고파 근처에 있던 백화점 식당가로 향했다.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고민하던 중 마라탕이 눈이 들어왔다.


지금도 인기인 마라탕은 몇 년 전 붐이 일었다. 얼마나 먹었는지의 정도에 따라 '혈중마라농도'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으니, 도대체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생긴 터였다. 얼얼하고 맵다는 뜻의 마라(麻辣)라는 이름만으로 꽤 매울 것임이 분명하기에 가족과 함께 먹 힘들 것이다. 고민 없이 마라탕을 맛보기로 했다.




메뉴는 정해졌지만 선택의 끝은 아니었다.

큰 볼에 재료를 담아 무게만큼의 금액만 계산하는 방식이다. 먹을 만큼만 담으면 되고, 무얼 먹을지 고르는 재미 또한 있다. 이렇게 고른 재료를 얼큰한 국물에 넣살짝 익혀 내어 준다.


지금은 마라탕 마니아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어떤 재료를 골라야 하는지, 그릇에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어려웠다. 혼자 먹기에는 칠팔천 원 정도의 양을 담고, 고기 한 봉지를 추가하면 딱 좋다.


특히 좋아하는 재료는 담백한 건두부, 아삭한 연근, 부드러운 목이버섯, 쫄깃한 피시볼, 가래떡과 비슷한 분모자, 쫀득한 식감의 중국 당면인데 모두가 빠질 수 없는 마라탕 속 주인공들이다. 고기는 샤부샤부처럼 소고기와 양고기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마라탕 초심자에게는 무난한 소고기를 추천한다. 물론 새우, 오징어와 같은 해물을 고를 수도 있다.


하나의 음식에서 다양한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샤부샤부와는 또 다른 매력과 중독성이 있다.

매운맛도 정도의 선택이 가능한데, 신라면 정도의 맵기로 주문하면 기분 좋은 매운맛으로 먹을 수 있다.


어떤 맛인지는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기에, 처음에는 짬뽕의 맛이 아닐까 상상했었다.

먹어보니 상상했던 맛과 실제의 맛은 너무나 달랐다. 먼저 국물을 한 수저 떠먹어보니 알 수 없는 다양한 향신료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얼얼하면서 매콤하고, 시큼하면서 달콤하고, 도무지 하나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맛이 혀끝에 전해졌다. 태국 음식인 똠얌꿍과 비슷하냐고 묻는다면 또 다른 맛이라고 답할 수 있다.


평소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마라탕을 맛보았던 그날, 이 음식을 왜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아쉬움과 감탄을 동시에 느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맛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대학생 때 중국에서 맛 본 얼얼하기만 했던 훠궈를 떠올리며 먹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좋은 것은 주변에 널리 알려야 한다.

우선 가족에게 마라탕을 전파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 두 번 접하고는 점점 마라탕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부모님께도 여러 번 맛 보여 드렸으나 드실 때마다 별로라고 하셨다. 모두의 입맛이 같을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외식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집에서 마라탕을 만들어 먹기에 이르렀다.

레시피를 열심히 찾아 만들다 보니 나만의 마라탕 레시피를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직접 만드니 훨씬 위생적이며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라탕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비법 한 가지를 공유하자면, 천추(陈醋)라고 하는 간장색의 중국 식초를 국물에 넣어 먹는 것이다. 새콤함이 더해져 국물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세상에나! 안 먹어 봤으면 어쩔 뻔했을까?"


이제는 소울푸드가 된 마라탕을 먹을 때마다 경험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무엇이든지 직접 접해보지도 않고 먼저 오해나 편견을 갖지 말자고 말이다.


마라탕을 오해했었다. 맵기만 하고 속 버리는 음식이라고 말이다.

경험해보고도 별로라면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경험과 미경험, 한 번과 여러 번의 경험의 차이는 다른 깨달음을 줄 것이다. 그것이 그저 마라탕을 맛보는 것일지라도 색안경을 벗고 경험해보는 것, 한 번보다는 여러 번 경험한 후의 생각은 많이 다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직 마라탕을 접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꼭 한 번 아니 여러 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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