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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Sep 10. 2021

너란 녀석, 네 살 맞니?

문제 해결에서 마음 읽기까지


"7시 20분"


휴대폰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기상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우리 집에는 변함없이 아침 기상 루틴을 실천하시는 한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엄마! J 심심해요. 놀아주세요!”

“엄마가 눈이 안 떠지네~조금만 이따가 일어나면 안 될까?”


오분만이라도 더 누워있을 참이었다.

이어지는 J의 한마디에 몸을 일으킨다.



“엄마! J방에 가서 놀아요.
베개 가지고 가면 어때요?"



베개? 뜬금없이 베개를 가지고 가자니?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가 금세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설득이라는 것을 한다.

혼자 방에 가서 놀기에는 조금 무섭고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거다. 문제는 엄마는 더 자고 싶어 한다. J는 엄마에게 베개를 가지고 자신의 방에 가서 누워있으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똑똑이가 내 딸이라니!


그렇게 나는 베개를 들고 J의 방으로 가서 네 살 딸이 정성껏 만들어준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요즘 J는 설득하는 말하기를 한다.

대화에서 맥락을 읽어낸다.

엄마의 의견에 맞서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말도 건넨다.



J가 몇 살쯤 되면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을까 하고 상상했었다.

지금 44개월이 된 J와의 대화는 단순한 수다쟁이 꼬마의 느낌은 아니다. 프렌드의 느낌이다. 새벽에 깨서 서럽게 울어대는 J에게 아무리 물어도 이유를 알 수 없어 그저 안아줄 수밖에 없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런데 이제는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오늘 J랑 놀아주느라 힘들었죠?”



예상치 못한 한 마디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다.

네 살 딸이 마흔 살 엄마의 마음을 살핀다.


오늘 하루 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아니 모르는 척하며 던졌던 말들이 떠오른다.

남편에게 나의 말만 바르르르 뱉어놓고 귀를 닫은 내 모습이 떠오른다.

친정엄마에게 나의 서운함만 생각하며 불쑥 화를 내버린 내 모습이 떠오른다.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속 좁은 엄마를 부끄럽게 만든다.



너란 녀석, 네 살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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