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죄송합니다. 교수님’이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대학생인 사촌동생이 가수 이무진의 신곡을 들어보라며 추천해주었다.
실용음악과 학생인 그는 정말 <과제곡>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 과제도 내고 신곡도 냈다.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는 지혜로운 청년이다. 교수님께 다섯 개나 되는 과제를 하느라 힘들었다는 장난 섞인 투정을 담은 솔직한 가사가 참 신선하면서 재미있었다.
이 청년은 무명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연인 jtbc <싱 어게인>에 본인의 이름이 아닌 '63호 가수'로 출연했다.
정말 아무도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찐 무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던 그는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 가수가 되었다. 아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수많은 가수들은 나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도전을 결심한 게 아닐까?
노래를 들으며
‘나도 글쓰기 과제 중인데...’라는
생각이 이어졌다.
나도 지금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으며, 내일 새벽 6시 전까지 한 편의 과제 글을 제출해야 한다.
두 달 전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다.
쌍둥이 언니가 글쓰기 수업 하나를 추천해 주었는데, 내 글 솜씨가 어린이집 알림장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로나로 등원하지 못하는 딸과 온종일 전투 육아 중인 상황에 글을 쓴다는 것은 사치였고 여태껏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글쓰기 수업 모집 글 속에 '매일 10분만 메모하면 된다'라는 문구가 매력적이었다.
10분은 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된 글쓰기는 쉼이 되어 주었다.
생각을 글로 꺼내 차분히 써 내려가는 그 고요한 시공간에서 행복을 느꼈다. 그동안 이 짧은 10분도 내어주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 참 야박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어느 날은 수업을 함께 듣는 글벗님의 “1호 팬 할래요”라는 댓글에 온종일 콧노래가 나왔고, 또 어느 날은 작가님의 엑설런트라는 한 마디가 다음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어릴 때 썼던 글짓기를 마지막으로, 한참이 흘러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는 주어지는 주제마다 신기하게도 글이 써지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말로 했다면 벌써 다른 누군가의 말로 계속되지 못했을 텐데 생각하며, 글 속에서는 아무도 내 말을 끊지 않는다는 사실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모은 글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엄마들을 위한 글을 써!”
평범한 엄마의 끼적거림이 엄마들에게 쉼이 되어주고, 엄마 말고 나로 살기 위한 힘을 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는 이제라도 진정한 나를 찾아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경력이 단절되고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어디에도 나는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나 여기 살아있다고 생존신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쓰기에 딱 좋은 나이가 마흔 살이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아님 말고!)
<싱 어게인>의 무명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도전한 것처럼, 마흔 살에 내 이름을 찾기 위한 글쓰기 과제 중이다.
*2021년 4월의 어느 날,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비장한 기록
(Photo by Andrew Neel on Unsplash)
https://youtu.be/7j2KMMadI8M
(출처: youtube, jtbc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