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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글 May 29. 2024

인문학으로 말문을 트는 법

대화의 달인이 되는 비법

말주변이 없어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시나요? 때로는 가벼운 안부 인사조차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있죠. 그들은 말의 마법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그들만의 비결이 있는 걸까요?


사실 대화의 힘은 지식에서 나옵니다. 인문학의 풍부한 지혜가 바로 그 원천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동서고금의 철학자, 문학가, 사상가들은 언어를 통해 사유의 경계를 넓혀왔습니다. 그들이 남긴 명저와 아포리즘은 인간 삶의 깊이를 일깨워줍니다.


아포리즘-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앞축 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이제 여러분도 거인의 어깨에 올라 생각의 날개를 펼 차례입니다. 인문학이 건네는 통찰의 열쇠로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장으로 나아가 보세요. 철학과 문학, 역사를 통해 사유와 공감의 힘을 길러내는 시간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오늘의 글을 통해 인문학 세라피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은 매력적인 말솜씨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화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철학으로 사유의 깊이를 더하다


철학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런 화두를 곱씹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뜨이기 마련입니다.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보이고, 당연한 것들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철학적 사유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이 사유의 힘을 대화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궁금증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보세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겸손하고 호기심 어린 자세로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생각지 못한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가 산파술을 통해 제자들의 사유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말이죠.


대화 속 철학은 논리적 사고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주장과 근거를 구분하고, 전제와 결론의 관계를 살피며, 모순이나 오류를 발견하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철학서를 읽고 토론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죠. 나아가 열린 사고로 나와 다른 관점도 경청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진정한 앎에 이르는 길은 고집을 버리고 서로 대화하는 데에서 열리는 법입니다.



<그림> 소크라테스와 제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상상도


문학으로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다


시인과 작가들은 언어의 마법사들입니다. 그들은 단어의 조합으로 낯선 세계를 창조하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느껴집니다. 우리는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죠. 나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듯한 표현을 마주했을 때입니다. 


바로 그 감동과 통찰을 대화에 녹여낼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 속 등장인물이 건네는 의미심장한 대사나 아름다운 묘사로 대화에 깊이를 더해보세요. 시적 은유와 비유, 영롱한 형용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때로는 옛 현인들의 격언과 잠언으로 메시지를 함축하는 것도 좋겠죠.


문학적 소양은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줍니다. 인물의 심리를 탐색하고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과정은 곧 우리 인간 존재를 성찰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력의 훈련을 쌓다 보면 실제 대화에서도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집니다.


더불어 책을 매개로 한 대화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소통입니다. 함께 감명 깊게 읽은 작품에 대해 각자의 해석과 소감을 나누어보세요. 혹은 주인공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작가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주고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과정에서 책을 통해 만난 또 다른 자아와 조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림 2> 책을 함께 읽으며 미소 짓고 있는 연인의 모습

경청의 힘, 어떻게 발휘할까?


상대의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세요. 듣는 동안 판단이나 평가는 잠시 멈추세요.

상대의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세요.

상대의 말을 요약하여 다시 말해보세요. "당신 말씀은 이런 뜻인 것 같군요."

개방형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세요. "그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판단 대신 공감과 이해를 표현해 보세요.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힘들었겠어요."


<정보>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델포이 신전의 문 위에 쓰인 이 문구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진정한 지혜는 무지를 자각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젊은이들과 끊임없이 문답하며 그들 안에 내재한 진리를 이끌어내고자 했죠. "대화의 산파"로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겸허한 자세로 소통하라 가르칩니다.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명제는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사유 실험을 통해 오직 사유하는 자아만이 확실한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곧 이성의 능력에 대한 신뢰이자 주체적 사유의 선언이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우리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철학자의 자세를 배워야 할 이유입니다.   


참고 도서 : 플라톤의 대화편 '변명',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웅변술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다


말하기는 생각의 포장이라 할 수 있는 옷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견해라도 어눌한 표현으로는 빛을 발하지 못하죠. 반면 평범한 내용이라도 절묘한 화법에 실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설득의 3대 요소를 꼽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새겨들을 만합니다.


우선 에토스, 즉 화자의 품성을 단장하세요. 전문성과 진실성, 신뢰성을 갖추어 청중에게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메시지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건 결국 화자의 인격입니다. 둘째로, 파토스 즉 청중의 감정에 호소하세요. 이성만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적절한 유머와 에피소드, 비유와 은유를 활용해 보세요. 청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마지막으로, 로고스 즉 논리로 내용을 뒷받침하세요. 주장에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고 근거에 기반해 추론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통계와 사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3가지 수단의 조화로운 사용이 곧 설득의 핵심입니다. 나아가 시대의 명연설가들에게서 웅변의 요령과 기교를 배워보는 것도 좋겠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어구, 청중을 사로잡는 문체와 운율감, 절제되면서도 열정적인 몸짓과 목소리의 강약조절까지. 그들의 말하기 비법을 하나하나 익혀 당신만의 화법으로 녹여내 보세요. 


<그림 3> 청중을 향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 말하기 달인의 모습


<정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링컨은 뛰어난 연설가이기도 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에서 행한 그의 추도사는 불과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불과 272개 단어로 이루어졌지만, 그 어떤 긴 연설보다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로 시작되는 첫 문장은 압도적인 웅장함으로 청중을 사로잡습니다. 87년 전, 즉 미국의 건국을 상기시키며 역사적 순간을 환기하는 것이죠. 이어 "우리 조상들이 자유와 평등의 명제 위에 세운 이 나라"라는 구절로 민주주의의 이상을 선명하게 제시합니다.


"위대한 시련"과 "위대한 전쟁"이라는 플래시백을 통해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일체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까지" 싸울 것을 강조하며 단합을 호소합니다. 마지막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이라는 삼단 논법으로 민주주의의 진수를 정의하고 국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들을 기리며 웅장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간결하고 평이한 어휘와 문장 속에 담긴 화자의 카리스마와 열정, 그리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에 대한 선명한 제시. 이것이 바로 링컨 연설문의 힘이었습니다.   


* 링컨의 위대한 연설문


<마무리>

철학과 문학, 수사학. 인문학의 세 갈래 길을 따라 대화의 기술을 익혀 보았습니다. 사유로 통찰의 깊이를 더하고, 문장으로 언어에 색채를 입히며, 논증으로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법. 이 모든 노하우의 바탕에는 '인간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놓여 있습니다. 


이제 대화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방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머리로 배운 지식을 가슴으로 느끼고 일상의 언어로 녹여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나누는 가족들과의 담소, 여느 때처럼 만나는 오래된 친구와 수다, 혹은 회의실에서 앞에서 펼치는 토론까지. 매 순간 인문학의 렌즈를 통해 대화를 바라보고 실천해 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버거울 수 있습니다. 굳이 어려운 말을 꺼내야 할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말문이 막혀 도리어 침묵하게 될 때도 있을겠죠.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찾아옵니다. 서툰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고전의 언어가 가슴에서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상대의 생각을 귀담아듣게 되고, 나의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새 '대화(對話)'는 '대화(大和)'로 발전되어 있을 것입니다.


인문학으로 풍성해진 당신의 언어가 따뜻한 소통과 공감, 나아가 세상을 어우르는 큰 화합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세상에 의미 있는 울림을 더할 차례입니다. 대화의 달인으로 거듭난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대화(對話): '대화'는 한자어로 '對話'이며, 이는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 간의 소통이나 대화를 가리킵니다.

- 대화(大和) : '대화'는 한자어로 '大和'로도 쓸 수 있는데, 이는 '큰 화합' 또는 '큰 조화'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대화를 넘어서 더 큰 의미의 화합이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단순한 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은 이해와 큰 조화로 발전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대화가 단순한 소통을 넘어 더 큰 화합과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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