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망쳤습니다

나보다 더 관계를 못 맺는 사람이 있을까

by 지금여기로

밤마다 침대에 누우면 이상하게도 슬픔이 몰려온다.

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아 유튜브에서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찾아보지만, 실제로 사람을 대하는 순간엔 배운 걸 잘 써먹지 못한다. 분명 무례하게 들리는 말인데도 정작 상대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 하고 넘겨버린다 그러다 쌓이고 쌓여서 결국 꼬인 말투로 터져 나온다.


동네 엄마 모임에서 들려오는 험담과 이간질도 견디지 못해 단톡방을 나와버린 적이 있다. 그런데 외로움에 지쳐 다시 모임에 나가면, 결국 그 자리에서 나도 험담 대상이 되고 나서야 관계를 정리하곤 한다. 그렇게 손절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버렸다.


왜 여자들은 그렇게 돌려서 깎아 말하는 걸까, 왜 나는 그런 걸 못하는 걸까.. 배우고 싶기도 하지만, 도무지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불편함을 못 견뎌서 그런 건지, 마음이 여려서 그런 건지… 난 마음이 여린 사람 같지도 않은데…


말을 잘 받아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꿈이다.


인간관계가 힘들어 신랑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실수. 자신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나도 모르게 방어하려는 나에게 나는 신랑에게 버럭 화를 내버렸고, 예를 들어주려다 왜 화를 내냐 ’ 너의 그 멋대로 생각하는 집착이 문제야 넌 나에게 존중이 없어 ‘결국 또 사과는 내 몫이 되었다. 예를 드는 이야기에 가족 부부모임 연락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여자들 마저도 날 힘들게 했던 기억 밖에 없어 나의 배배 꼬이는 생각만으로 나도 모르게 짜증을 잠깐 냈을 뿐인데 이미 술이 되어있고 기분이 안 좋던 신랑은 욕설을 퍼부었고, 이혼하자, 따로 살자, 서슴지 않았다.


이건 신랑이 항상 술 마시고 하는 레퍼토리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능력이 없고 돈을 벌지 못해서 이런 대우를 받는 걸까? 하지만 경제적인 일을 하던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인 걸까, 정신과 약을 꾸준히 먹지 않아서 그런 걸까… 점점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나는 술,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했지만 신랑이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니 군말 없이 참았다.

나보다 돈을 더 벌어온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혼자 보는 것도 불만 없이 받아들였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게 더 편해지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놀러 가는 모임을 할 때면 무조건 신랑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난 이해 하지 못했고 오히려 스트레스였다. 신랑이 돈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싸움에서 확실히 깨달았다. 이 사람에게는 돈이 전부이고, 나는 그저 애를 돌보며 돈 벌어오는 사람뿐이라는 걸. “착각하지 마, 애들 때문에 사는 거지 너 때문에 사는 게 아니야. 내가 왜 너까지 먹여 살려야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이 사람의 마음은 나와 전혀 다르구나 싶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나에게 한없이 따스한 사람에게 제비처럼 베풀고 또 베푼다.

말 한마디가 천냥빛을 갚는 것처럼.


비, 정지훈 같은 사람이라던가 박시은의 남편 같은 사람을 난 연애 때 내 복을 다 썼나 보다. 항상 베풀어주는 사람에게 나도 뭔가 해주고 싶었는데..


항상 날 무시하고 자신이 우선적이어야 하고.

마음 충족이 안되니 소비로 충족하려 했나 보다.


사실 따지고 싶었다. “나도 내 돈으로 모아 쓴 게 있고, 수영 다니고 수영복 산 것도 다 내 돈이었는데 왜 너는 네가 다 해준 것처럼 말해?” 라며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따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예전 같으면 내가 먼저 다가가 사과하고 연락했을 텐데, 그러고 싶지 않다. 그저 “그래,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만 든다.


나는 말을 걸지도,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휴대폰 번호를 바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