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에세이
5월 7일이다.
비가 오는 봄날.
학교에 맑디맑은 교생 선생님들 아홉 분이 왔다.
다들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고, 긴 생머리를 하고 몰려다니는 귀여운 선생님들.
오늘부터 5월 말일까지라고 한다. 나에게도 교생 선생님이 배정되었고, 1교시 후 쉬는 시간에 드디어 교생 선생님이 내가 있는 교무실로 찾아오셨다.
"선생님, 성함이 혹시... 어떻게 되시는지요?"
이렇게 용감하고 당차게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나의 교생 선생님.
교생 선생님의 모습이 참 풋풋하고 싱그러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바로 2교시 수업이 있어서 선생님께 오늘 우리 수업에서 할 일을 안내한다.
오늘은 지필평가 끝나고 첫 번째 수업일이다. 시험 점수가 이미 다 나왔기에 학생들에게 성적 확인을 시키고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는 사인을 받는 날이다. 개인 정보라 다른 학생들 성적을 다 가리고 학생 한 명의 성적만 보이게 해서 개개인별로 다 사인을 받아야 한다.
내가 미리 준비해 둔, 구멍 뚫린 점수 가리개 종이. 이 종이와 지필평가 정오답 일람표를 들었다.
종이 치고 교생 선생님과 난 교실을 간다.
시험 직후 첫 국어 수업. 모든 학생들이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옆에 웬 예쁜 여자 선생님이 따라서 들어가니, 아이들 얼굴이 단박에 함박웃음이 된다. 벌써 눈치를 챈 아이들.
좋아서 싱글벌글 난리다.
반장이 "공수, 배례" 하고 외치는데
아무도 날 안 보고, 내 옆 교생 선생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내 눈엔 교생 선생님도 귀엽고 예쁘고, 앉아서 싱글벌글 하고 있는 고1 남녀 학생들도 다 귀엽고 예쁘다.
지필평가 성적이 잘 나왔나 못 나왔나는 이미 학생들 안중에는 없어 보인다.
교생 선생님 소개를 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드렸다.
젊은 선생님이시라 역시 다르다.
바로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하시니,
학급 분위기가 활발한 이 반 아이들은 바로 질문을 한다.
"선생님, 어느 학교세요?"
매우 민망할 수 있는 질문인데, 이 반 아이들이 활발하고 좀 많이 어려서 이런 민망할 수 있는 질문을 뭘 모르고 바로 던진다.
교생 선생님께서
"고려대"
라고 하시자, 교실이 난리가 난다.
바로, 내신 점수를 묻고, 연세대는 아냐고 묻고, 그 뒤 MBTI를 묻고, 남자 친구 여부를 묻고, 그 과를 왜 가셨는지를 묻고, 5월 말 지나면 선생님은 어디로 가시냐는 질문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은 계속 싱글벌글.
아, 앞으로의 국어 수업 시간. 이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교생 선생님은 또 얼마나 떨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까?
언니 같고 누나 같기도 한 젊고 당찬 교생 선생님.
좋은 봄날이다.
나에게 교생 선생님이 생겼다.
나에게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한 달이 될 것 같다.
나의 자리를 교생 선생님께 많이 많이 드릴 것 같다. 학생들과 만나러 실습을 오신 것이니, 좌충우돌을 많이 겪어 보시게 기회를 드리고 싶다.
2024년 봄, 학교 교정엔 비가 와서 연푸른 나뭇잎들이 하늘하늘 계속 흔들렸고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의 교생 선생님은 통통통. 치약 칫솔통을 들고 점심시간에 화장실을 삼삼오오 몰려서 가시고
나는 나는 나는
그들을 바라본다.
아, 봄이구나.
봄.
봄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