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는 다시 만나는 것이다. 일단 떨어져 있었어야 한다. 그러다 다시 만난 것이다. 딸과 재회했다. 딸이 8일간 집 밖에 나가 있었다. 거북이랑 살다 왔다. 거북이는 뭐냐면 내 조카가 키우던 거다. 조카가 가족 여행을 길게 갔다. 10년을 키운 거북이. 이 거북이 때문에 여행 가기 전 고민을 하다가 내 딸이 생각나 부탁을 한 거다. 딸이 조카네 집에 가서 8일간 살다 왔다. 그 집에 거북이랑 내 딸이 둘이 살다 왔다. 거북이 밥도 주고 거북이 물도 갈아 주고 하며 8일간을 거북이랑 지내다 왔다. 거북이가 딸을 기억하려나? 처음 가서 며칠간은 딸이 움직일 때마다 쳐다보더라고 얘기하던데. 그 8일 동안에 거북이가 허물을 벗었단다. 그게 뭔 일? 내 눈으로 보지를 않았어서 잘 와닿지는 않는데, 어찌 됐든 그 허물 벗기 하고는 거북이가 잠만 자더란다. 고로 딸이 움직여도 쳐다보지 않고 잠만 잤단다. 거북이랑 딸. 둘이 생활하는 공간. 재미있다. 독특하다. 그 거북이는 굉장히 크다. 원래 남생이 아니었나 싶은데. 예전 아주 예전에 봤을 때 굉장히 조그마한 거북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엄청 크다. 그 거북이가 바보 같아서 정이 많이 들었단다. 우리 언니네 가족은 다 그 거북이를 좋아한단다. 10년을 키웠으니... 강아지처럼 와서 안기고 교감하고 하는 건 아니더라도 정이 가나 보다. 재회. 딸이 나중에 우리 언니네 가면 그 거북이와 재회를 하는 거네. 둘만 살던 집. 딸과 거북이. 거북이가 내 딸을 기억할까? 거북이는 왠지 영물일 것 같다. 다 알 것 같아. 지 물 갈아 주고, 밥 주고 8일간 딱 그것 때문에 집에 같이 살아 준 사람. 내 딸. 거북이가 내 딸에게 복을 주면 좋겠다. 거북이와 딸. 둘이 재회하면 딸도 거북이도 서로 반가워할까? 딸에게 물으니 자기는 남다를 것 같단다. 이제 이모네 가서 그 거북이 보면. 당연하지. 키운 정이 있는데. 키웠다고 하긴 그렇다. 단 8일을 가지고. 그냥. 돌본 정으로 보자. 돌본 정이 있지. 돌본 정이 있는 생명체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버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까. 어찌 그리 못됐을까. 그러면 안 되는데. 정말. 사람 아닌 존재일지라도 그 애들도 다 생명체인데. 오늘 수업 시간에 멸종 동물을 인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보호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을 했다. 내가 수업을 진행한 게 아니라 학생으로 앉아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의견을 나누는 거였다. 다들 의견이 참 다양하네. 이래서 토론을 하는 거지. 그래도 각자 다 자기 생각이 있다. 똑같은 결론점이라도 그 과정과 이유는 다 다르다. 재회는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거다. 만나기로 한 사람은 만나기로 되어 있다. 이 수업을 통해 26살 때 만났던 동갑내기 친구를 다시 만났다. 둘 다 결혼하기 전인데. 정말 재회이다. 이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여름. 이 재회의 시간이 남다르다. 만날 사람은 만난다. 만났다가 헤어진다 해도 만날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그게 진리 같다. 세계의 이치. 우주의 원리.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사람을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우리 둘 다 서로 인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북이는 오늘 혼자 자고 있다. 내 딸은 우리 집에 오늘 밤 왔고. 내일 거북이 집에 거북이 가족 중 일부가 먼저 집으로 돌아온다. 내일 거북이 물은 거북이 가족이 갈아 줄 거다. 거북이 물을 그리 자주 갈아야 하는 것 정말 몰랐다. 같이 살아야 알아. 그것도 서로 알아가는 거지. 서로 아는 것. 길들여지는 것. 그게 정이다. 미운 정. 고운 정. 귀찮은 정. 애잔한 정. 성가신 정. 알뜰살뜰 각별한 정. 거북이는 오늘 혼자다. 그래도 거북이는 잘 있을 거다. 어른 거북이. 이 거북이가 몇 살까지 살까? 이 거북이가 100년 넘게 사는 그런 거북이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