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준 일상의 이야기
추석 다음 날 새벽
친정 엄마 집
새벽녘 거실에서 자고 있어야 할 내 아들이 안 보이네
어디 갔지?
낮밤 바뀐 애니 잠깐 바람 쐬러 앞에 나갔나?
들어 오겠지
무던히 그러련
잠 자러 다시 방에 들어간 나
아침
애들이 자고 있는 거실에 나왔는데
내 아들, 왜 또 없지?
아들 찾아 수소문
아무도 몰라
얘가 어디 갔지? 뭐지?
덜컥 겁이 나고
급하게 본 내 카톡
"엄마, 이상한 일들이 벌어져서
우리 집으로 왔어. 이따 집 전화로 나한테 전화 좀 해 줘."
뭐지? 이상한 일들?
할머니네서 왜 혼자 우리 집을 가? 이상한 일이 뭐여?
무서워 무서워 뭔 일이래.
보이스피싱인가? 뭐여? 새벽에 누구랑 안 좋은 일에 엮였나? 산책 나갔다가 뭔 일이 있었나?
별의 별 생각 다 드는데
왜 또 전화는 안 받니?
급히 아들 찾아 우리 집으로 달려간 나와 남편
아들은 자고 있어
"뭔 일, 뭔 이상한 일?"
사색이 된 우리에게
아들은 뭔 귀신씨나락 까먹든 듯한 얘기를 한다
"새벽에 비염으로 코랑 온몸이 간질간질한 거야. 친척들 다 깰까 싶어 화장실 가서 씻기도 그렇고 그냥 스터디카페를 가려고 나왔는데, 지쿠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어버렸어. 산이 나오더라고."
"산? 웬 산? 산이 어디 있어? 이 도회지 한복판에?"
"진짜야, 무슨 무슨 산이 있었어. (지도를 검색하여 보여 주네.)"
애가 지도에서 그 산의 지명을 말해 주기 전까지, 마음 속에선 불안이 올라와. 얘가 정신이 나갔나. 무서워. 산이라니... 무슨.... 산... 이 도회지에.
그런데, 그 산 이름을 듣는 순간.
아, 00산? 아, 그래. 그게 산이긴 하지. 산. 아이고 원. 한숨 돌렸다. 아들이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구나.
친정 엄마 아파트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면 산이 있지. 그 산. 아들이 지쿠터 타고 거기까지 갔구나. 우리 사는 동네가 아니니 모를 만도 하다. 그래, 그런데?
"산을 타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벽에서 훅 내 옆으로 떨어지는 거야."
"고양이?"
새벽에 길을 잃었고 웬 산이 나왔고 고양이가 아들 앞에 떨어졌다. 이상해.
"그런데 그 고양이가 죽어가는 것 같은 거야."
"잉? 뭐?"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어. 그리고 120에도 신고 했어. 구청하고도 통화하고"
"그런데?'
"그런데 자기네는 사체만 치운대. 고양이는 죽어가고... "
"어머... 어떡해...."
"고양이는 죽어가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누나는 알아. 연락했었어. 내가. 누나가 얘기 안 해? 그렇게 20-30분 거기 있다가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옷은 다 졌었고... 택시 타고 우리 집으로 왔어."
휴.... 세상에.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아들아, 왜 새벽에 집을 나가서 사람을 이렇게 놀래키니?
웬 지쿠터, 웬 길 잃어버림, 웬 산, 웬 죽어가는 고양이, 웬 경찰서 신고...
이게 다 뭐래... 아이고...
참으로 놀란 추석 명절 연휴.
뭐 이런 일이 다 있대?
아들을 데리고 다시 친정집, 식사 시간 전에 왔다. 자고 있던 딸내미, 일어났길래 얘기를 들어 보니... 새벽 내내 동생이랑 1시간 넘게 상황 톡을 주고 받았더라.
누나, 나 조난당함.
누나, 나 길 잃었어. 산탐.
누나, 고양이가 떨어졌어. 죽어가.
누나, 고양이 친구가 왔어.
누나, 나 집 갈게. 옷 다 젖음.
.
.
.
.
.
아들아.
정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요상한 추석 명절 새벽이었구나
어떻게 새벽에 그렇게 스카를 갈 생각을 하냐.
아이고 원 참.
고양이 곁에서 해 줄 수 있는 건 없고, 고양이는 죽어가고, 만질 수도 없고, 모르는 척 가지도 못 하고...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진 새벽
길 잃고, 모르는 산을 타고, 죽어가는 고양이를 만나고, 그 곁을 못 떠나며 마음 힘들어 하고, 경찰서 구청 120 전화 신고도 한 추석 명절 새벽.
엄마는 너무 놀랐다.
아들아
말 없이 그렇게 나가지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