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렌시아 Oct 17. 2020

《오푸스(The Opus)》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 14

   나에게 이 책은 잃어버린 책이 아니다. 몇 년 동안 항상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책이다. 왜냐하면, 한두 권 사놓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집에 대략 20권 정도 있는 것 같다. 책의 부록으로 곁들여 있는 플래너까지 합치면 그 양의 두 배이고 말이다.



   이렇게 많이 사놓은 책을 잊어버릴 수도 없고, 잃어버릴 수도 없다. 단, 이 책들은 책장에 놓여 있지 못하고 옷장 속에 들어가 있다. 숨어 있는 책.




   2013년인 것 같다. 평소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책도 많이 사지만, 인터넷 서점에 가서도 책을 많이 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 중고 서점도 기웃거리게 되었다. 온라인 중고 서점은 나같이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노다지이다. 정말 괜찮은 책이 100원인 경우도 있다.



   책 욕심이 많아서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은 빌려 보지 않고 다 사서 본다. 그러니, 중고 서점에서 산 책들은 가성비가 아주 좋은 책들이라 좋다. 간혹 싼 가격에 일단 사고는 읽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는 책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쓸모가 많다. 내 직장이 학교이다 보니, 산 책들을 바로 교실 현장에 투입할 수도 있어서 좋다.

  


   그렇게 온라인 중고 서점을 들락날락하던 2013년 어느 날, 너무 뽀사시한 예쁜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가격이 매우 착했다. 플래너까지 부록으로 있는 이 책이 1000원인 것이지 뭔가? '오, 예쁜데?' 하는 마음이 들었고 내용은 모르겠으나 싸니까 일단 사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 책을 샀다.

  


   책을 받아서 손에 만져 본 첫 느낌은, “세상에, 이렇게 예쁘게, 잘 만든 책이 1000원이라고? 세상에...” 내 솔직한 마음은 ‘너무하다’였다.



   이렇게 새 책 같고, 양장으로 꿰맨 책을 단돈 1000원에 플래너 부록까지 해서 받다니 말이다. 안의 종이 재질도 고급스러웠고 글씨와 어우러져 있는 흑백 삽화 사진도 너무 멋졌다. 여기까지는 읽기 전, 책을 받자마자 느낀 소감이었다.

  


   드디어, 3일 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양으로 봐서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토요일 하루, 앉아서 책장을 넘기는데, 뭐야. 불과 45분 만에 책을 다 읽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대단한데?’ 책의 양이 많지 않고 기분 좋게 책을 끝까지 읽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시기 나에겐 매우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2013년의 나는 책맛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책을 읽어댈 때였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책이 정말 좋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게 해 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나 혼자 읽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오~~~괜찮은데?’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일단, 표지가 예쁘고 책 겉모습이 매우 고급스럽다. 그리고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게다가 그 책을 45분 만에 읽은 나는 사실 이 책을 읽다 또르르... 눈물을 흘린 상태였기 때문에 내용으로도 이 책에 반해 있었다.



   나에게 그런 감동을 준 책이었고 외형도 예쁜데다가 분량도 누구든 금방 읽어낼 정도의 책이었기 때문에, 딱! 내 마음에 들었다.

  

<오푸스와 플래너>


<책 안쪽 사진_짱짱한 하드 케이스>


   이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난 그 뒤로 인터넷 중고 서점 접속을 자주 했다. 이 책을 더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이 책을 파는 서점이 있기도 했으나, 가격이 마음에 안 들고, 또 언젠가 들어가 보면 파는 서점이 없었다. 그렇게 몇 주를 검색하던 나는, 드디어 내 마음에 딱 맞는 중고 서점을 찾았다.



   이 책을 많이 팔 수 있을 만큼 재고도 있었고 가격도 세상에, 단돈 500원이었다. 플래너도 500원. 세트가로 1000원이었다. 그래서 난 이 책을 몇십 권 주문했다. 이 책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내가 누군가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산 책이기 때문이다. 그 뒤, 나는 이 책을 내가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첫 번째 대상자는 바로 나의 남편이었다. 내가 읽은 책이 책장에 꽂혀 있었으나 그건 내 책이었고, 내 남편만을 위한 책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때 당시 내 남편은 책을 읽지 않았었다. 아내가 매일 책을 즐겨 읽어서 조금씩 책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으나 자기가 책을 딱 잡고 읽지는 않았었다. 난 그런 나의 남편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남편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가슴 조마조마해 하며 궁금해 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첫 책에 대한 소감이 좋으면 그다음 책으로 넘어가기가 조금 더 수월하니 말이다. 내 남편의 대답은 “금방 읽히네!” 이게 끝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엄청나게 높은 별점인 것이다.  독서를 안 하던 사람이 이렇게 평가를 한다는 것은 말이다. 나의 첫 선물 성공~~~그 뒤, 남편은 꽤 엄청난 독서가가 됐다. 진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변했다. 이 오푸스 책이 남편 독서 생활의 주춧돌이 됐다.

  


   그 뒤 이 책은 책을 읽지 않던 내 주변 인들에게 주는 나의 단골 선물이 되었다. 그들은 이 책의 가격을 모르니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를 팍팍 펼 수 있고 기분도 좋다. 책이 워낙 뽀대가 나고 근사해서 말이다. 그들 대부분은 이 책을 완독 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 작가님을 뵙게 된 날에도 이 책을 선물로 드렸고, 아이 학교 친구의 엄마에게도 이 책을 선물했고, 대학생 조카에게도, 책과 담을 쌓은 내 친구에게도 선물하고. 정말 편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들이 책의 세계로 편히 들어갈 수 있는 맛보기 책이 되길 바랐다. 이 책은, 내 기준에선 맛보기 책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 책 ‘오푸스’는 나에게, 기분 좋은 책이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책이고, 지금도 나에겐 귀한 책이다. 예전엔 이 책이 책장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늘어나는 나의 책들, 새로 산 책들에게 밀려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게 됐다.



   이미 읽은 책이고, 한두 권도 아니고 몇십 권인 이 책을 책장에 두는 건 큰 공간 낭비였다. 결국 이사를 오면서 옷장 안 깊숙한 공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저 책들 뒤에>


<옷장 깊숙이 짱박혀 있는 '오푸스들'>_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에게는 그런 나눔과 선물의 의미가 컸던 책이라 의미가 크다. 워낙 싸서 부담 없이 몇십 권의 책을 한 번에 사는 짜릿함을 준 책이다. 또 분명 책의 내용도 나에겐 감동을 주었고 말이다.



   2020년 10월, 7년이 지난 지금,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 책을 다시 읽게 됐다. 사연이 많은 책이지만, 책 내용을 소개해야 하니 다시 읽었다.



   첫 소감은, “어, 자기 계발서네? 이상하네. 난 자기 계발서가 아닌 감동적인 음악가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것이다. 감동적인 책이었던 기억에서 정신 강화를 위한 자기 계발서 느낌 정도로 느낌이 바뀐 것이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예전에 내가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부분에서는 이번에도 똑같이 코끝이 찡해졌다. 예전의 나는 그 감동이 커서 자기 계발서라는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에 큰 울림을 느끼고는 나의 오푸스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다.

  



   책 내용을 간단하게 얘기해 본다면 이것이다. ‘나’는 기자인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빈센조 비발디를 인터뷰하게 된다. 하지만, 빈센조 비발디는 노쇠하여 침대에 누워 있었고 기자가 중요한 질문을 한 순간 그 대답으로 “오푸스 Opus...”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뜨게 된다.


"선생님께서 이루신, 이 모든 위대한 성공의 바탕이 되는 큰 원칙이 무엇인지요? 우리 독자들을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오푸스 Opus...”



   이 단어 뜻이 너무도 궁금했던 기자는 빈센조 비발디에 관한 자료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나’가 빈센조 비발디의 삶을 따라가며 ‘오푸스’의 진정한 뜻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청년 시절의 비센조 비발디가 음악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 그때 아끼던 바이올린을 팔러 들어갔던 상점에서의 장면, 그것이다. 그 부분이 나는 가장 감동적였다.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장면>

   이 책 중간중간 유명한 자기 계발자들의 명언이 나오는데, 그 내용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눈엔 잘 안 들어왔다. 오로지 어린 빈센조 비발디의 모습, 그 어린아이의 행복한 표정, 상점에서 쭈빗쭈빗 갈등하는 모습. 이런 장면이 한 편의 아름다운 삽화로 남아있다.


< 이 장면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_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이번에 이 책 소개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됐다. 이 책은 에세이인가? 소설인가? 그것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또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면 영화 Opus를 만들었다고 나오는데 그 영화를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해 봤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검색을 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찾을 수가 없다. 2008년 10월에 개봉을 했다는 어떤 사람의 기록은 찾았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좀 안타깝다. 보고 싶은데.





2020년 10월, 이번에 검색창에 ‘the opus’를 치고는 엄청나게 웃게 됐다. 바로 이것 때문이다.

<The Opus 건물_아랍에미리트_9시간 30분이면 오푸스에 도달한다^^>

   검색을 했더니 웬 호텔? 사무실이 나오고 아랍에미리트가 나왔다. 하하하, Opus는 아랍에미리트의 고급 호텔이구나. 최고의 경지 오푸스에 9시간 30분만 시간 투자하면 도달할 수 있다. 재미있다.



   이 책과 관련된 내용은 더 이상 검색되지 않았다. ‘Opus’관련하여 이런 게  또 나온다.     


<Opus 검색으로 나온 내용_서울국제음악제>
Opus
Opus

'작품'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Op.' 라는 기호로 주로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 분류에 쓰인다.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의 음악가들은 학자들이 연구하여 분류하면서 고유의 기호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음악가들 작품 분류는 이 기호로 한다. 가령, 베토벤의 교향곡들 중에서 흔히 '운명 교향곡' 이라고 하는 가장 유명한 '5번 교향곡'에는 Op. 67 이라고 부여돼 있다. 제대로 표기하면 '교향곡 제 5번 다단조 작품 67(Symphony no. 5 in C minor, Op. 67)' 인데, 베토벤이 작곡한 9개의 교향곡들 중에서 5번째 곡이면서, 베토벤의 생애 동안 작곡한 작품들 중에서 67번째 곡이라는 의미다.                                                                                                                                               <출처 : 나무위키>
오푸스 (신화)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들이다. 작품 번호(Opus, 약어: Op.) 오푸스 (오디오 포맷)는 오디오 코덱의 종류 중 하나이다.                                                                                                                                                                                                                      <출처 : 위키백과>
오푸스란 위대한 작품, 예술품, 가장 놀랍고 훌륭한 것을 뜻한다.                                                                                                                                                                    < 출처 :  『오푸스(The Opus)』>


   오푸스는 보통 음악 분야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Opus’의 개념은 바로 ‘위대한 작품, 예술품, 가장 놀랍고 훌륭한 것’이다.  『오푸스(The Opus)』에서 정의한 진정한 오푸스의 개념은 바로 이것이다.


너의 오푸스Opus는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모습이 될 때까지
네가 남기는 흔적일 게다



   이 책을 읽고 나의 Opus는 뭘까 생각해 봤다. 예전의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의 오푸스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의 삶’이라고 메모를 해놨던데, 지금은 글쎄.  꼭 무엇인가가 되어야만 오푸스인 것은 아니지 않나. 



   지금의 난, 그냥, ‘나의 삶 자체가 오푸스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거만한 게 아니라, 나 대단하다가 아니라, 오늘의 나는 지금 내 삶의 모습 자체가 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삶에 정성을 들이며 살고 있고, 주변 것들에 마음을 쓰며 살고 있기에.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기에 담담히 말한다.

    “현재 나의 삶이 그 자체로 오푸스이구나.”



   7년 전의 나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지향하고, 그 경지가 되어야만 오푸스를 이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은 생각이 다다. 오푸스는 결과가 아니다. 과정이다.

  


   이 책에 대한 인터넷 서평은 별로 좋지 않다. 딱 하나 나와 같이 감동을 받은 사람의 서평이 있기는 했다. 어떤 책이든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 다르다. 난 나에게 의미가 있었기에 이 책 『오푸스(The Opus)』를 당당히 여기에 올린다.      



잃어버리다 못해 옷장 속에 꼭꼭 숨어 있는
나의 책 오푸스(The Opus)
 여기 있습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 선물용 : ★★★★★

누군가에게 그럴싸한 선물용 : ★★★★★

편하고 쉬운 책을 읽고 싶은 분 : ★★★★★

배울 내용 많은 지식 서적을 원하시는 분 : ★☆☆☆☆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는 계속됩니다. 다른 작가분과 함께 매거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저 혼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함께 써 내려갈 것이고, 함께 책으로 묶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늘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