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동화책과 고등학생
책과 아이, 짧은 단상
정신 없이 달려온 2021년 상반기. '달려오지' 않고 걷고 싶은데. . . 소몰이를 당하는 수준으로 뜀박짐을 해야했다. 에구구 에구구 정신 없어. 에구구 에구구 힘들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7월이 됐다. 7월.
7월은 학생들 지필평가가 끝난 시기이다. 3월부터 6월 말까지, 정신 없이 시험 범위 진도 나가느라 주변을 보지 못했는데, 7월이네. 학기가 끝나가는 시기. 문득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싶었다. 교과 시간에 시험 점수를 확인하는 여유의 시간. 원격 수업으로 다시 들어가기 전, 대면수업으로는 아이들에게 2번의 국어 수업 시간이 남아있다.
첫 날은, 10분 독서 후 국어 지필평가 점수확인, 그뒤 쉬게 자유 시간을 줬다. 삼삼오오 모여서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 편히 놀아라. 고생 많았다. 둘째 날은, 동화책을 들고 들어갔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줘 봤고,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줘 봤다.
고등학교에서는 그래 본 적이 없다. 그 일을 하고 싶어 마음을 냈다.
고등학생에게 동화책이라... 구연동화로 읽어 줄 생각이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 들려줬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궁금하다. 아이들이 어떤 반응일지. 오늘 같은 날, 딱 읽어주기 좋은 날.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4권의 책을 들고 갔다.
그중 한 권을 골라서 읽어줬는데, 3개 반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책은 모두 '오이디푸스'였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자식까지 난 사람의 얘기라는 간단한 소개에 애들 눈은 튀어나오려고 했다. 엥? 하는 괴성과 함께... ㅋㅋㅋㅋ 3개 반은 그 책으로, 나머지 1개 반은 애들이 '알사탕'책을 골랐다.
교실 앞 정 가운데 서서 책을 읽어준다. 실감나게 연기를 하며. . . 우스울까? 아니, 아니. 좋다. 애들이 진지하게 날 바라본다. 난, 진지하게 몰입해서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 반응? 호호호 기분 좋다. 애들이 진짜 집중하고 잘 들어. 책을 다 읽자, 얘들도 중학생 애들처럼 박수를 친다. 시키지 않았는데, 항상 똑같다. 동화책 구연을 해준 첫 번째 수업 때, 애들은 모든 반 다 이렇게 박수를 친다. ㅋㅋㅋ
오늘의 이 경험으로 또 느낀 건,
'애들은 동화책을 좋아하는구나!'이다.어른도 읽는 동화책, 아이들이 못 읽을 건 없다. 구연동화? 초등학생들에게까지만 써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중, 고등학생들에게도 구연동화가 통한다.
아이들은 정말 몰입해서 듣는다. 감탄사도 잘 낸다. 중학생과 또 다른 맛이다. 고등학생들은 어른스러워서 선생님의 이런 시도를 이해하는 눈빛이다. 그러면서 소감으로 "좋아요, 짧고 집중 잘 되고, 또 듣고 싶어요."
이것으로 오늘 장사도 성공!!! ^^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맛있는 이야깃거리, 책을 잘 들고 가서 애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다. 애들이 다양성으로 책을 대해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오늘, 처음 시도해본 아이들과의 재미난 시도, 짧은 교감.
2학기 때는 수업 자료로 계속 써 보려 한다.
대학 입시에 생활기록부 과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매우 중요한데, 동화책을 소재로 수업 장면에서 철학적 고민과 대화를 한다면, 애들과 나, 모두에게 남는 장사 아닐까? 입학담당관이 비웃으려나? 고등학생이 무슨 동화책? 이러면서? 그런 속좁은 입학사정관 말고 지혜로운 입학사정관이 많기를~~~ ^^
잠시 공강 시간에, 정말 오래간만에 브런치 맛을 본다. 방학 때 방과후 수업으로 출근을 하지만, 그래도, 학기 중보다야 숨 쉴 수 있겠지.
브런치 사각사각. 놀고 싶다. 싱그러운 브런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