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

6년 간의 멈춤, 그리고 나아감_1

by 퀘렌시아

6년 간 직장을 쉬었다.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맨 처음 쉰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지. 아이에게 초등 1학년 때 엄마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 직장 다니는 엄마 때문에 학교 끝나고 맨날 집에 혼자 있었던 나.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에, 내 아이 곁에 있어 주고 싶었다. 아이가 외롭지 않게,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며.


그게 이유였다.

다니던 직장을 휴.직.한다는 건 나름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일단, 밥줄이 줄어드는 것이니 남편의 눈치도 봐야 하고, 우호적인지 우호적이지 않은지 봐 가며 나의 결정을 합의된 결정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1년을 휴직할 생각이었다. 1년. 그 1년의 결정이 어려웠다. 남편에게 미안해하는 뉘앙스로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며 얘기했다. 그리고 어물쩍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나의 휴직은 결정됐다. 남편의 동의를 받기 전, 왜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고 눈치가 보였던 것일까? 내 남편이 못돼서? 꽉 막힌 사람이라서? 아니, 아니다. 그 무언가의 분위기가 있다. 부부가 같이 돈을 벌다가 한쪽이 휴직을 한다는 건, 분명 상대의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돌본다는 구실이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나의 휴직은 시작되었다. 7년 간, 내 품 안에서 못 키운 내 자식. 고등학교 고3, 고2 담임을 하던 그 시절, 새벽 출근, 밤늦은 퇴근이 매일매일의 삶이었기에. 내 자식들은 시부모님 손에 맡겨졌다. 7년 간.

1년. 눈물 나게 고맙고 귀한 기회가 내 앞에, 내 손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이제, 그 기회의 시간에 대해 기록해 보려 한다.

며칠 전, 27살 조카가 묻는다.

"고모, 고모는 6년이나 왜 쉬었을까? 도대체 뭘 한 것일까? 궁금했어요. 그 얘기가 듣고 싶어요. 고모, 교사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 교사가 6년 간 휴직을 왜 했는지 글로 써 보세요. 저는 궁금해요. 저 같은 젊은이 중 궁금한 사람 분명 있을 거예요."


불과 얼마 전이다. 조카의 이 말.

난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깃거리이다.


그 기간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내 삶의 이야기인데, 이게 '남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최소한 27살 내 조카는 궁금하다잖아. 그래. 내 삶의 이야기. 한번 써 보지, 뭐.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