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한번 해본 적 없는, 그저 공부가 전부였던 10대의 나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전부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을 뿐, 고등학생 때와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내 용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과 나만의 시간이 조금 늘었다는 것 정도였다.
스무 살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여러 곳에 지원해 보았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공고의 대부분은 '경력자 우대'라는 문구로 나를 좌절시켰다.
그렇게 나는 단기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공장에서 일해보고, 편의점 물류센터에서도 땀 흘렸으며, 심지어 선거 공고문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까지 해봤다.
그러다 반년 간 카페에서 장기로 일하게 되었고, 비로소 사회생활에 발을 디뎠다. 나는 살면서 스스로가 어리바리하거나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고 응대하는 과정에서 나름 능숙해졌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전공실습을 시작한 후, 이 자신감은 바사삭 깨져버렸다. 아르바이트 경험과 '진정한 사회'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한 달간의 실습 기간 동안 나는 직원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바쁜 그들에게 나는 그저 한 달이면 떠날 '잠시 머무는 애'에 불과했다. 나를 가르칠 여유조차 없었던 그들은 '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온갖 잡일을 도맡게 했다. 불만이 많았지만, 나는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는 현실이 전혀 달랐다. 내가 아무리 신경 쓰고 잘하려고 노력해도 경력자의 눈에는 한없이 어설프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건만, 상사는 시킨 것 그 이상을 알아서 하길 원했다. 본인들에게는 간단한 일이니 나도 당연히 할 줄 알 거라는 생각으로 툭 던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시키는 대로 했으니 혼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적받기 일쑤였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곳에서 지적을 받곤 했다.
내 입장에서는 배우지 못한 일이니 할 줄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경력자들에겐 아니었는지 "아니, 시간도 많이 줬는데 연습 안 하고 뭐 했어?"라는 냉혹한 질문을 던졌다.
그때 느꼈다. 나이가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라고 해서 마냥 봐주지 않는 것이 바로 '사회'라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는 짧디 짧은 한 달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마치 일 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하루하루는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의 무게로 다가왔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노트에 내가 느꼈던 모든 것을 썼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꼈다.
일기를 쓰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다들 나처럼 사회생활하기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을 했고
내가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듯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며 위로를 받을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담은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