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alk about my favourite car!
출시일 Defender 110: 2020.09.01
Defender 90: 2021.06.14
1. Exterior Design
디펜더는 예쁘다.
디펜더90는 3도어, 디펜더110은 5도어 SUV로, 휠베이스와 전장의 길이가 확연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외관 디자인의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적으로 각진 실루엣과 당당한 숄더라인, 짧은 오버행*으로 한 눈에도 디펜더임을 알아볼 수 있는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깔끔하면서도 볼드한 라인의 실루엣은 오늘날 유행하는 자동차 디자인이기도 한데, 한 마디로 예쁘다! 실제로 디펜더는 2021년 여성이 뽑은 올해의 차 (WWCOTY 2021)에 선정되기도 했고,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오윤희(유진) 역, 하이클래스의 송여울 역(조여정) 등 여성 주인공에 차량을 협찬하기도 했는데, 단단하고 듬직한 몸체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완성되는 디테일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이다.
사실 디펜더의 디자인은 오프로더*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오버행이 짧으면 차량이 극한의 지형에 진입하더라도 보닛 하단의 데미지를 막을 수 있다. 실제 디펜더의 접근각과 이탈각은 각 31.5°, 35.5°로 전지형을 위한 오프로더로서 탁월하게 설계됐다. 위로 열리는게 아닌 앞으로 열리는 사이드 테일게이트, 테일게이트에 장착된 스페어 타이어도 오프로더로서의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전장 90: 4,583mm/110: 5,018mm, 휠베이스 90: 2,587mm/110: 3,022mm)
*오버행Overhang: 보닛의 시작점부터 앞바퀴의 중간 지점까지를 프론트 오버행(Front Overhang), 트렁크의 끝부터 뒷바퀴의 중간 지점까지를 리어 오버행(Rear Overhang)이라고 한다.
*오프로더Off-roader: 일반 도로 뿐만 아니라 사막이나 오지, 숲 등등을 달릴 수 있는 견고한 차
2. Interior Design
인테리어 디자인의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는 알파인 라이트 윈도우(Alpine Light Window)다. 2열 좌우 상단에 얇은 창문이 배치되어 있다. 디펜더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차량이기에 그 곳이 알파인 산맥이더라도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자동차가 주는 재미있는 메세지를 담았다.
디펜더만의 인테리어가 가지는 특이성은 특유의 내구성과 견고함, 실용성을 보여주는 단순한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최대한 그 구조를 감추고, 고급스럽게 포장하기 마련이지만 디펜더는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마그네슘 크로스카 빔(차체 내부 구조를 이루는 부품)을 외부에 드러나도록, 날 것처럼 디자인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목적지가 어디든 탐험을 떠나는 기분을 준다. 디펜더가 가는 길이 곧 길이므로!
랜드로버 특유의 커맨드 드라이빙 시트(Command Driving Seat, 보편적인 시트보다 살짝 높게 설계된 시트)는 이 기분에 한 몫 더한다. 사이드 스텝이 없다면 살짝 뛰어오르듯 운전석에 탑승해야 하지만,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끼는 다리의 편안함과 탁 트인 가시성은 랜드로버만의 강점이다.
3. Capability
디펜더는 랜드로버의 D7x 아키텍처를 채택했는데, 이 아키텍처는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로 설계됐다. 그만큼 높은 강성을 자랑하는데, 전통적인 차체에 비해 3배 이상의 강성을 자랑한다. 오프로더로서의 역량을 견고히 하기 위해 디펜더는 62,000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고 알려져 있다. 디펜더는 사막과 북극, 3,500m 고도의 로키 산맥 등 혹독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는 나쁜넘들의 차로 등장해 언덕을 구르고 점프하기도 했다.
디펜더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차량으로서 몇가지 재미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이다. 컴포트, 에코, 스노우, 머드, 샌드, 암석 및 도강 (900mm) 등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주행하는 길이 사막이든, 산골짜기든, 계곡이든 어떤 길이든 주파하도록 차량의 세팅을 변주할 수 있다. 여기에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ClearSight Ground View) 기술이 더해져 보닛 아래 노면의 상황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 디펜더 오너 중, 그리고 대한민국의 운전자 중 오프로드를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1년에 한 번이라도, 한평생 한 번이라도 오지로 떠나게 된다면, 혹은 어쩌다보니 오지에 도달해버린 상황이더라도 든든한 오프로더와 함께 탐험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차의 재미있는 점이다.
4. Test Drive
나는 디펜더 90 D250 SE, 110 D250 SE 두 모델을 시승해봤다.
우선 나는 키 165cm 정도의 여성이고, 두 모델을 탈 때 거의 점프를 했다. 긴 치마를 입고 탔을 때에는 걷어 올리고 점프해서 탔다.. 내릴 때도 점프해서 내렸다. 그렇기에 사이드 스텝 장착은 필수다. 게다가 주행 초반에는 '무겁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느꼈다. 랜드로버 차량 특유의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뭔가 투머치로 높이 올라탄 느낌이 강했는데, 거기에 차가 무거우니까 주차장을 나서는 길은 무서웠다.
힘겹게 주차장을 나서서 도로로 진입했을 때 느낀건 '디펜더는 여성이 타기 정말 좋은 차다!'였다. 나는 기존에 K3와 G80을 운전해왔는데, 두 차 모두 좋은 차였지만 도로에서 보호받는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 여성+초보 운전자일 때는 그 느낌이 더 강했다. 근데 디펜더는 차체 자체가 크고 시트 포지션이 높다보니 도로를 내가 점령하는 느낌이 강하다. 도로를 내려다보기에 가시성이 훌륭하고, 도로에서도 잘 끼워준다..(매우 중요) 차의 무거운 느낌이 점차 묵직함으로 느껴지며 안정적이었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노면의 소음이나 질감 역시 느끼지 못했다. 다만 디펜더 90의 경우에는 풍절음이 느껴졌는데, 고속 주행시에는 오히려 풍절음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 아쉬운 점은 스페어 타이어인데, 이게 깐지이기는 하지만 무게가 상당하고, D250 S, SE 모델에는 클리어사이트 룸미러* 옵션이 빠져서 룸미러가 살짝 가려진다. 디펜더는 차체가 높다보니 안 그래도 뒷 차는 잘 안보이는데 룸미러 하단부가 가려지니까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클리어사이트 룸미러ClearSight Rear View Mirror: 룸미러 하단 부분을 딸깍하고 누르면 훤하게 후방 뷰를 볼 수 있는 기능. 뒷좌석에 무언가 가득 싣고 있어서 룸미러가 안 보이는 경우 등을 고려한 장치이다. 디펜더의 경우 D300 HSE 부터 장착되는 옵션.
엔진에 대해서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다만, 장기간 시승이 아니었고, 도심 주행만 해봤기 때문에 단편적인 경험일 수 있다. 두 모델에 장착된 I6 3.0L 인제니움 디젤 엔진, 최고출력 249PS에 최대토크 58.1kg.m, 제로백은 8.0초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탑재되어 초기 가속이 부드럽고 주행시 출력이 매끄럽게 전개되는 것이 느껴진다. 제로백에 대해서는 디펜더에 기대하는 바는 없었다. 연비는 다소 아쉽게도 10.2km/L(공인 기준, 복합)에 그친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말을 얹을 필요가 없이 만족했다. 예뻤고, 도로에서의 시선도 넘 즐거웠다. 실내의 경우 투박한 디자인이 아쉬울 수 있지만 (카멜 시트.. 그런 것을 원해요) 청소하긴 쉽겠단 생각.. 그리고 모든 버튼들이 직관적이고 물리적이라 오히려 편했다.
디펜더 90의 경우 2열을 접지 않으면 트렁크를 활용할 수 없다. 근데 나는 이게 좀 쿨한 것 같아서 90이 갖고 싶더라. 나는 내 차에는 나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만 태우고 싶으니까. 뒷좌석은 정~~ 필요할 때만 펼치면 된다.
5. Outro
디펜더의 트림 구성과 가격은 디펜더 90 D250 S 8,420만원, D250 SE 9,290만원, 디펜더 110 D250 S 9,180만원, D250 SE 1억 110만원, D300 HSE 1억 1,660만원, P300 X-Dynamic SE 1억 390만원. 결코 저렴하진 않다. 연비도 훌륭하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돈을 쥐어주며 멋진 선택을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디펜더를 쇼핑카트에 넣겠다. 그만큼 매력적인 차고, 좋아하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