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남천 도자기 전시 후기

by 담은

늦가을 끝자락, 한기 어린 바람이 스쳐가는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던 전시장에서, 가만히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이번 2025년 남천회원전은 <희망의 식탁>은 제게 또 다른 의미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단지 도자기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일상을 아끼고 소중히 바라보는 마음들이 하나씩 담겨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름 모를 들풀을 그렸고, 누군가는 화려한 꽃을 담아 각자의 개성을 표현했습니다.

어떤 작가님은 따뜻한 가족의 식탁을 떠올리며 밥그릇에 사랑을 그려 넣었고, 어떤 작가님은 친구들을 생각하며 찻잔에 우정을 채웠습니다. 모든 작품은 하나같이 삶의 소소한 단면을 담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초벌 된 도자기 위에 붓을 들고, 꽃잎 하나하나를 그려가며 지나온 시간들의 아쉬움과 여운이 함께 얹혀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모여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사람들의 삶이 고단하고 쓸쓸함 속에도, 탁자 위의 한 송이 꽃이 위로가 되어 마음을 밝혀주기를 바랐습니다.


사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여러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전시 준비를 하며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다른 사람의 눈에도 예뻐 보일까?'

'원하는 대로 색이 나올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요.

구워진 도자기로 테이블 세팅이 하는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시장을 찾아주신 분들의 따뜻한 눈빛과 말 한마디가, 그 모든 걱정을 잠재워주었습니다.


특히, 먼 거 리에도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작가님들과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두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기꺼이 달려와 주었고, 누군가는 꽃다발을 조용히 놓고 가기도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직접 말린 차와 다기를 놓고 가기도 하셨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제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그 손의 온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함께해 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시간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며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따뜻해지고 작은 감동이 조용히 피어나니까요.


이번 전시에 같이 참여해 주신 작가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누군가는 테이블을 대여해 오시고, 누군가는 다른 이를 위해 테이블보를 다려주시고, 누군가는 못 오신 작가님들 테이블을 대신 세팅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누군가는 대신 높은 사다리에 올라 케이블을 걸어주시기도 하고, 누군가는 오프닝 때 음식들을 정성껏 준비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함께함'의 시간들이 모여 빛난 전시였습니다.


'희망'은 거창한 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예쁜 찻잔하나, 그리고 조용히 눈을 맞추는 누군가.

그 조각들이 모여 삶이라는 식탁을 조금씩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희망의 식탁'이라고 이름을 붙인 순간부터 저는 계속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린 찻잔이 누군가의 식탁에 올라가 작은 봄처럼 피어날 수 있을까.

언젠가는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손난로 같은 기억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제 전시는 끝이 났지만, 그 시간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하얀 도자기에 하나하나 그려 넣은 꽃처럼, 전시장의 그 고요한 순간들도 제 삶 속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그 찻잔에 조심스레 따뜻한 차를 담아내며 누군가에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와~. 오늘 하루 어땠어요?"

그 한마디로 삶의 한숨을 덜어낼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장을 다녀가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함께 전시를 준비하며 마음을 나눠 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이 겨울.

여러분과 함께여서 전시를 따뜻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희망의 식탁'은 결국 사람의 온기에서 완성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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