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글쓰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1가지

by 담은

창문 너머로 햇살이 쏟아진다.

책상 위엔 어젯밤 마시다 남긴 물컵과

꺼지지 않은 스탠드 조명이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늦은 아침.

늦잠을 잔 것도 아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느리게 보내는 시간이 좋다.


그런 날이면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찾아온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꺼내어 적고 싶어진다.

말보다 손이 먼저 반응한다.


노트북을 켜고,

새 문서를 열어본다.

커서가 방정맞게 깜박인다.

하지만 그 깜빡임은 나를 재촉하지 못한다.

"오늘은 뭘 써볼까?"

아무리 생각해도 선명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천천히 커피를 내린다.

다시 책상에 다시 앉아 종이컵을 손에 쥔다.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조금은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아준다.

아까보다 마음이 조금 정돈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왜 이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예전엔 글을 쓰는 게 참 어려웠다.

아니, 지금도 어렵다.

어느 날은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어느 날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렇게 문서 창을 열어 두고

문서 창을 열어둔 채 하루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조금씩 달리하게 되었다.


마음에 묵혀있는 어떤 장면을 잊고 싶을 때,

누군가의 말이 여운처럼 마음에 남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무언가를 적고 싶을 때,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을 어지럽히며 머물고 있을 때.


그럴 때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근사한 문장을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을 흘려보내고 싶어서 말이다.


글은 때때로 고요한 통로역할을 한다.

어지러운 내 마음과

아무 말 없이 마주 볼 수 있게 해주는

고요한 벗.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전에

꼭 다시 나에게 묻는다.

"이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 거야?"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비로소 나에게 솔직해진다.


'좋은 글'이란 완성도 높은 문장, 감동적인 이야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한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진짜 좋은 글은 진심 어린 이유에서 시작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이 막힐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지?'그 물음에서 헤매던 나는

이제 '왜 쓰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 질문이 나의 글쓰기 방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그 기억을 송두리째 지우고 싶어서'

어떤 날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어떤 날은 '따뜻한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그 이유 하나가 글의 시작이 되었다.


이제는 글을 쓰기 전에 커피 한잔을 내리면서,

마음속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싶은 사람일까?"

대답이 충분히 떠오른다면, 그날의 글쓰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형식도, 문장의 완성도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에.


나는 글을 잘 쓰는 법보다

왜 쓰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천천히 깨달아 가고 있다.

그 이유는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다만 그것을 고요히 꺼내어 묻는 것부터가

나의 글쓰기의 시작이 되었다.




� 오늘의 실습 과제


- 오늘 당신이 글을 쓰고 싶은 이유를 짧은 메모처럼 적어보세요.
‘잘 써야지’가 아니라
‘지금 이 마음을 남기고 싶다’는 이유로요.


- 문장보다 먼저 ‘마음’을 꺼내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말이 되지 않아도, 단어 하나라도 괜찮아요.




� 오늘의 질문 리스트


나는 왜 지금 이 글을 쓰고 싶은 걸까?

내가 떠올리고 있는 장면은 어떤 기분을 남겼는가?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은가?

이 글을 꼭 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은가?




글은 재능보다 마음에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왜 쓰려는지를 아는 것.

그 이유 하나 만으로도

당신의 글은 분명히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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