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말이 없다는 말은, 아직 꺼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쓸 게 없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
글을 쓰고 싶은데 막상 노트북을 열거나 노트를 펼치면
멍하니 하얀 모니터만 바라보게 된다.
머릿속은 텅 빈 것 같고, 한 줄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했었다.
‘나는 역시 글 쓸 사람이 아닌가 봐.’
‘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지?’
‘내 삶엔 쓸 이야기도 없는 걸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쓸 게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내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었다.
생각은 있었고, 감정도 있었지만
그걸 ‘글’로 바꾸는 방법이 낯설었던 거다.
나는 오랫동안 글감을 떠올리는 걸
‘특별한 순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령, 여행을 갔다 온 이야기,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받았던 사건,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경험 같은 거.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자꾸만 ‘아직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 작은 경험 하나가 나를 바꿔주었다.
퇴근길에 버스 창밖을 보다가,
길가에 핀 노란 꽃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을 글로 남기면 어떨까?”
그날 밤, 나는 그 장면을 짧은 단락으로 적었다.
꽃의 색, 바람의 냄새, 그 순간의 고요함. 그리고 ‘나’의 감정. 게 내 글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배웠다.
글감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내가 머물렀던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걸.
쓸 게 없다고 느껴질 때, 나는 질문을 바꿔본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문 생각은 뭐였지?
지금 마음속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감정은 뭘까?
며칠째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지금 외면하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글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특히 마지막 질문, “지금 내가 외면하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이건 언제나 나를 글 앞으로 데려간다.
나는 종종 ‘이 얘기는 너무 사소해’, ‘이런 감정을 누가 공감할까?’ 하며
내 마음을 스스로 검열하곤 했다.
하지만 그 사소하다고 여겼던 감정이 어느 날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문장이 되기도 했다.
쓸 말이 없을 때, 그건 내 안이 비어 있어서가 아니라
아직 꺼내지 못한 감정이 너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글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을 적는다.
“오늘 내 마음은 어떤 색이었지?”
“지금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뭐지?”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지?”
이 질문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글감 앞에서 멈춰 서지 않는다.
당신이 만약 지금 “쓸 게 없다”라고 느끼고 있다면
그건 글을 못 써서가 아니라, 질문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다.
마음을 여는 질문을 하나 꺼내보자.
그 안에, 이미 써야 할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아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5분 동안 끊지 말고 써보세요.
오늘 가장 오래 떠올린 생각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가장 마음을 흔든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오늘 나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무엇이었나요?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편지처럼, 일기처럼 써도 좋습니다.
나는 언제 “쓸 게 없다”라고 느끼는가?
지금 떠오르는 감정 하나를 단어로 적는다면?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상 속 장면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내가 자주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감정은 무엇인가?
‘글감이 없다’는 말은 아직 쓰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아직 꺼내지 않은 이야기가 내 안에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중 딱 하나만 꺼내보자.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