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아, 지금은 어때?
아프진 않니? 마음은 편안하니?
네가 기질적으로도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라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에 참 많이 아파했던 것 같아.
같은 일을 겪고도 자매들보다 더 오랜 시간 힘들어했잖아.
예전에 버릇처럼 했던 말 생각나?
“나는 염세주의자 중 제일 긍정적이야.” 라고 했던 말.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세상에 상처 안 받은 척 하려고 염세주의자로 가장하며 살았던 것 같아.
근데 숨기려해도 긍정이라는 회복탄력성이 튀어나온 거지.
그리고 그 말은 이제 이렇게 들려.
“나는 시련이 닥치면 두려움에 떨더라도 항복은 안 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었어.
근데 내가 그걸 잘 몰라봤어.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누구보다 널 오래 봤지만, 누구보다 널 미워했어.
그렇게 널 지옥 속에 살게 했어.
내가 많이 밉겠지만 그래도 좀만 봐주라.
널 미워했던 나도 지옥 속 네 옆자리에 있었거든.
무병단수가 꿈이었던 하연아,
너는 지금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돋보기 안경을 끼고,
손으로 더듬더듬 한 글자씩 짚어가며 이 편지를 읽고 있길 바라.
수취인불명으로 반송되면 나 가만 안 있어 진짜.
너의 꿈이었던 재단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또 아등바등하면서 힘들다고 징징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네 ㅎㅎ
성공했으면 꿈을 이루느라 고생 많았고,
성공하지 못했어도 이루기 위해 애쓰느라 고생 많았어.
과거의 너는 열정만을 외치다 결국 병이 나서 힘 빼고 살기로 했었어.
그냥 숨만 쉬라고.
완벽하지 않아야 니가 살 수 있다고 말야.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니?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나 만나면 어떻게 반응할지도 너무 궁금하다.
나는 너를 꼬옥 안아주고 싶어.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고.
네 모습이 궁금하지만, 나는 오늘의 나, 그리고 이 순간의 너에게 집중할게.
그러니 너도 나처럼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다 또 병 나지 말고, 그냥 살아. 그냥 숨만 쉬어.
너는 가장 힘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순간에도, 결국 ‘숨’을 쉬며 살아냈고,
그 작은 호흡들이 모여 너의 삶을 이뤘다는 걸 잊지 마.
그리고 나도 지금, 그렇게 숨쉬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