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적인 자아상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항상 악착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못하는 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었다.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불안함에 쉬는 것도 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도 없으니
얼마나 바보 같은 인생을 살았던가.
나는 심리상담을 받을 때 30분 일찍 가는 것을 좋아했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대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때 얻은 깨달음 중 하나였다.
‘그냥 내려놓자.’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둘 중 하나는 버려야 했다.
나약한 나를 버리고 목표로 가거나,
목표를 버리고 지금의 나에 만족하거나.
늘 전자로 아등바등 살아갔던 나는 이제 내려놓고 싶어졌다.
사실 한편에는 자포자기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선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했다.
나약한 나라도,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어도
소소하게 웃을 수 있으면 그게 행복 아닐까.
나를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나는 사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거였다.
이 말을 하기까지 참 많이도 망설였는데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상담 선생님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패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 내가 실패 전문가라니,
얼마나 쪼그라들고 힘들었을까.
그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와 약속한 것이 있다.
매일 밤 “복귀루틴”을 점검하기.
중요한 전제는 이탈했어도
복귀하면 루틴 유지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아침, 점심, 저녁 세 블록으로 나눠서 점검한다.
하루를 한 블록으로 볼 때보다 실패 시 압박감이 줄어든다.
물론 아직 난 실패전문가라, 계획을 다 이행하진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복귀했으니 루틴 유지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한 완벽주의, 자기 비난, 과도한 책임감에게
서서히, 그렇지만 당당하게 이별을 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