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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an Jun 04. 2021

여행 인문학

COVID 와 여행

COVID 19와 Dark Tourism     

“주신(主神) 제우스는 매우 격노하여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를,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로 벌하고, 불을 선물로 받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토스에게 여자를 만들라 명했다. 이에 인류 최초의 여인인 판도라가 탄생하게 된다. 또한, 신들을 불러 모아 다양한 선물을 주도록 명한바, 아테나는 고운 베를 짜는 기술을, 아프로디테는 매력과 더불어 상념을, 헤르메스는 개의 마음과 교활함을 선물했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고,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판도라는 신들이 선물한 피토스라는 커다란 항아리를 지니고 있었는데, 절대로 열지 말아야 할 이 항아리를 판도라가 열게 되면서 인간들은 그 안에 들어 있던 재앙과 고난으로 고통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과 재앙에도 불구하고 미처 판도라의 상자를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이 남아, 인간은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020년 신년의 희망을 노래하기도 전에, 전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넣었던 COVID19는 판도라 상자 속에 숨어 있던 신들의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에 인류는 전례 없는 독한 바이러스의 덫에 걸려, 역사이래 이어 온 공동체의 삶을 포기해야 했고, 인종 간에 반목하게 되었으며, 질병과 죽음이 결코 멀지 않다는 현실적인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37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가는 질병과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 New Normal이 될 것이라는 불편한 선언 앞에 우리는 설마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제 새로운 일상은 당연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됐다.

 세계 각국은 불안과 공포로 국경을 폐쇄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150여 개 국가가 질병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해 상호 간의 교류를 금지했다. 국가와 국가 간의 폐쇄와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도 시작되어 일상적이던 악수와 포옹은 물론, 죽음을 눈앞에 둔 가족은 음압병실 유리 벽 너머에서 오열해야 했으며 심지어 사망 이후조차 어떤 예식도 없이 화장되는 것으로 한 많은 삶의 여정을 끝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람들은 질병 앞에 절망했으며, 삶을 유지해 오던 터전은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고독과 절망 그리고 불안함 뿐이었다. 


 어쩌면 이 삶은, 절제를 잃은 무뢰한 인간으로 인해 저질러진,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무모함에서 시작된 일로 신화 속의 제우스 신이 목적한 인간에게 내리는 벌과 닮아있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 속의 마지막 남은 희망은 사람들이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하게 했고, 인류사에 전례 없는 감염병 퇴치를 위해 지혜를 모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국가를 떠나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에 함께 했으며,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의 안녕을 위해 응원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종래에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리란 것을 신념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질병 극복을 위한 대서사에서 무릎을 꿇기보다는 격리된 공간 속에서, 인간은 위대하며 아름다운 존재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질병 초기 가장 많은 사망자와 감염자가 나온 이탈리아는 모든 일상을 금지시켰고,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쓰러져 가는 감염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공포를 느꼈지만, 이내 노래하기 시작했다. 골목과 골목, 테라스와 테라스 사이에서 노래와 격려를 나누고 이를 통해서 살아 있음과 승리하고 있음에 대한 확신을 표방하게 되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이 있으며, 경제적 교류가 활발했던 탓에 피해가 컸던 대한민국은 시종일관 사람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 민주적 방역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았고, 질병의 극복 과정에서 소외된 이웃과 감염자, 의료계 종사자들의 걱정과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절망 앞에 굴복하지 않는 희망의 송가를 노래했다.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눈물겨운 감염병과의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 방영됐고, 우리에게 익숙했던 아름다운 명소를 배경으로 전해지는 달라진 사람들의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모습으로 전해졌다.

인간의 위대함은 고통을 순화할 줄 아는 것이다.질병의 두려움을 풀어 내는 방법으로 사람들은 노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모습 대신 홀로 선 랜드마크의 모습은 섬뜩한 경험으로, 쉽사리 기억 속을 떠나지 못하고 심상에 자리 잡게 되었다. COVID19 이후, 교류의 시작은 Dark Tourism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읽을 수 있는 광경들이다. 다크 투어리즘은 인류사와 함께했던 전쟁과  재난, 인간의 공포 등을 체험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에 걸쳐 존재하는 피해자에 대한 이해를 통한 소통을 추구하는 관광의 형태이다.

 격리의 고통과 공포, 그리고 바이러스에 처참히 무너져 죽음을 맞은 시신을 옆에 두고 생활해야 했던 이탈리아의 아픔,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래하고 건배했던 작은 골목의 기록은 다크 투어리즘 현장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를 설치하고 집단 감염의 공포 앞에서 지적인 인간의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 장소는 인류의 위대한 재난 극복의 현장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세계사 속의 비극으로 남아있는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원폭과 같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고난의 장소는 물론이며, 우리나라의 5.18 민주화 운동의 거점지였던 전남 도청, 제주 4.3 평화공원 등도 시각화 및 정통성을 부여함으로써 지나버린 한 시대의 아픔으로 치부되지 않고 역사 교훈의 현장으로써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이처럼, 방문객들은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찾아봄으로써 거부할 수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체험과 공포를 가상으로 체험하고 역사의 아픔을 되새김과 동시에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인류애적 공동가치를 지향할 수 있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역사 속에 전개됐던 오류로 인해 피폐해져야 했던, 민초들의 삶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우리는, 2020년과 21년을 관통하고 있는 COVID19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인류애와 더불어 극심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목도하게 됐다. 국가들은 자국민의 보호를 이유로 일시에 모든 교류를 중단했으며, 아시아인들은 중국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세계 곳곳, 백주의 거리에서 언어테러나 육체적인 공격을 받았다. 과도한 문화적 자부심과 인종적 멸시는 아픔을 건너는 도도한 극복의 현장에서 가장 큰 시대적 아픔으로 묘사되고 있다.

 분열에 대한 치유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COVID 19 이후의 화해는 비극적 장소 탐방(Dark Tourism)의 순기능을 통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격리된 상태에서 외로이 극복해야 했던 현장을 시각적, 공간적 전시를 통해 공개하고 그 안에 머물렀던 이들의 긴 시간과 고독을 공유함으로써 상호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암울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을 뒤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서로의 국경을 열어, 잊혔던 평범한 일상을 나누고, 아픔의 현장에서 그들이 경험했던 공포와 우울에 대해 경의를 표할 때, 판도라의 상자를 빠져나온 고난과 재앙은, 희망 앞에 무너져 가는 한낱 기우였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사회는 아픔을 딛고 발전해왔으며 비온 뒤의 땅이 단단함을 역사를 통해서 증명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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