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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늘바람 Dec 18. 2020

동화책과 나 '당신의 기억을 팔겠습니까'

- 신간 홍보입니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실물 책에는 작가의 글이 빠지게 되어 브런치 공간을 빌려 이런저런 말들을 남겨둡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16년 경이고, 소재만 같을 뿐 주제도, 주인공도, 문체도 꽤나 달랐다. 

청소년에게 어울릴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잠시 밀어 두고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 동화를 3년간 썼다. 그리고 다음으로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민영화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무엇까지 사고팔게 될까'였다. 

물, 전기, 의료, 교통시설까지 돈이 없으면 이용하기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 그 교환의 대상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정신적 영역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거기서 출발한 이야기이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정신적 영역에 대한 민영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HUNGRY? EAT POPCORN'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서브리미널 광고 기법, 범람하는 가짜 뉴스들, 이것 또한 넓게 보아 정신적 영역을 사고파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본 틀이 잡히고 뒤이어 고양이와 관련된 기억도 한 가지 더해졌다. 

어느 겨울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 건물 앞 화단이었다. 

그곳은 주택가 골목이었고, 두 명의 여성이 한 마리의 고양이를 아주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한 명은 얼굴 쪽을, 한 명은 몸통 쪽을. 나는 당연히 두 사람이 친구 사이이거나 최소한 아는 이웃 사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고양이를 구경하고 싶어서 슬쩍 다가가니 얼굴 쪽을 쓰다듬던 여성분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주는 듯이 비켜주셨고 그대로 갈 길을 가셨다. 뒤이어 몸통 쪽을 쓰다듬던 분도 오늘의 귀여움은 충분했다는 듯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아. 이 고양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이 골목에 사는 모든 사람의 고양이였구나- 

그 순간, 바로 민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개념이 한순간에 이해된 것이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을 누군가의 소유물로 만들어버리는 것, 물과 병원과 도로와 학교를 누군가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고양이 한번 쓰다듬는데 천 원, 돈을 내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고양이와 잠시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양이 곁에는 당연한 듯이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있었다.


초고를 쓰고 나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길고 긴 인고의 퇴고 시간이 시작되었다. 글 쓰고, 울고, 또 쓰고, 편집자님을 괴롭히고, 같이 사는 고양이에게 잔뜩 짜증을 부리는 시간이다. 


바로 그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세계의 의료 문제가 연일 뉴스에 나왔다. 어느 나라는 코로나 치료비가 수백만 원에 달하고, 검사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병상과 장례식장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내가 쓰고 있던 의료 민영화 부분과 겹쳐져 더욱 실감이 나고 섬뜩했다. 

4월에는 선거도 했다. 비닐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쓴 채로 투표도 하고 개표도 했던, 다시없을 선거였다. 어느 지역의 한 출마자가 하수처리장 민영화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내 손목은 어떤 방법으로도 고쳐지지가 않는지 1월에 수술을 하고도 또 재발되었다. 한번 아프면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아파도 그러려니 하고 지낸다. 

이 정도가 나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민영화의 사례이다. 부족한 지식은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공부하려고 노력했으나 읽으시는 눈에는 또 보이는 것이 있겠지. 


이제 내 손을 떠난 작품이 다른 이의 손에 가 닿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좋다고 하시든 부족하다 하시든 재밌다고 하시든 나로서는 모든 말이 좋다. 내가 쓴 것을 읽고 한마디 말을 붙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정성스러운 일인지 알기에. 


+최도은 작가님은 정말로 멋진 그림을 그려주셨다. 아, 그 멋진 그림을 보며 황홀함에 며칠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무용한 오후, 라는 정말 멋진 책을 쓰고 그리신 작가님이다. 


참고 도서

착한 민영화는 없다_이광호

의료 민영화 논쟁과 한국의료의 미래_이상이, 김창보, 박형근, 윤태호, 정백근, 김철웅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_파트릭 펠루

철도의 눈물_박흥수

철도 민영화:재앙을 향한 탈선-어떻게 막아낼 것인가?_박설, 이정원

민영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막을 것인가?_강동훈

미친 사유화를 멈춰라 민영화, 그 재앙의 기록_미헬 라이몬, 크리스티안 펠버

파라다이스 2, 상표 전쟁_베르나르 베르베르

나쁜 사마리아인들_장하준


참고 영상자료

로보캅 1, 2, 2014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마이클 무어_식코, 볼링 포 콜롬바인, 로저와 나, 화씨 9/11, 캐피털리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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