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를 위한 별명>
SNS 하세요? 아니 혹시 SNS 안 하세요?
시장님도 트위터로 소통하고 초딩들도 포스팅이 일과인 세상. 이제는 확실히, 그 누구에게도 ‘혹시 SNS 안 하냐’고 묻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그리고 늘 그러하듯 어떤 것이 ‘대세’가 되면, 언론은 연일 그 대세의 부작용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인간사의 온갖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 어제 일어난 사건도 오늘 일어난 사고도 ‘이게 전부 다 네 놈 때문’이라며 본인이 푹 빠져 있는 그 대상을 성토한다. 모두가 즐기면서 모두에게 욕먹는 그놈, SNS. ‘소셜 미디어를 위한 변명’을 좀 해보고자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기사가 하나 있다. ‘인스타그램 스타’였다는 호주 사는 18세 소녀가 ‘소셜미디어 절필’을 선언하고 소셜미디어의 어두운 면을 알리는 ‘투사’로 변신했다던 몇 달 전의 뉴스. 의아했다. 그래, 인스타그램 끊을 수 있지. 근데 이런 게 뉴스거리가 되나?
웬걸. 이 뉴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고 ‘댓글 많은 기사’가 되어 포털 메인을 장식했고 방송사 메인 뉴스들도 일제히 이 이야기를 다뤘다.
이쯤 되면 SNS는 정말 억울할 법도 하다. 글이든 사진이든 ‘이용자가 스스로 선택해 올린 게시물’을 ‘이용자가 선택한 범위의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SNS가 하는 일의 전부 아닌가?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그중 가장 잘 나온 걸 올리는 거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가진 생각 중 다수의 공감을 받을 만한 것을 골라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플로 수정에 수정을 가해 어딘지 모르게 화질이 몹시 혼탁해진 사진을 올리고는, 그 가상인물을 담은 사진에 쏟아지는 찬사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혹은 자신의 생각도 아닌 걸 스스로의 것인 양 올리고 돌아오는 ‘따봉’에 위안을 얻는 모습.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방금 한 말을 부정하며 쓴 글을 고쳤다가 지웠다가 영혼이 피폐해져 가는 과정을 만인 앞에 생중계하는 사람도 있고, SNS 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든지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법을 저질러 고소당하고 전과자가 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문제가 전부 SNS 탓일까? 아니, 이들의 문제 중 단 하나라도 SNS 탓인 게 있을까.
소셜미디어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진료소 같은 거다. 마을에 의사도 진료소도 없던 때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 스스로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몰랐다. 그런데 진료소가 생기자 너는 무슨 병이고 쟤는 무슨 병이고 병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병증이 다 진료소 탓이 되는 건 아니다. 진료소가 없어진들 있는 병이 없는 게 되지 않는다. 진료소가 생기든 말든 의사가 있든 없든 병이 없는 사람은 늘 건강한 상태로 살아간다.
자, SNS는 너무나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들여다보게’ 해주어 탈인 녀석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애꿎은 SNS는 그만 잡고 그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자. 이건 다 거울 탓이라며 거울을 향해 돌을 던져봐야, 금이 가고 깨진 거울에 비친 모습은 더욱 끔찍하기 짝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