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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담 Jul 21. 2018

십년동안 곁에 있어준 오빠에게

오빠, 나야.


음,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오빠에 대해선 할 얘기가 참 많아. 그동안 이것저것 그렇게 끄적이고 떠들면서도 정작 오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뭘 쓴 적이 없네.


우리 참 오래도 만나고 많이도 떠들었지? 오빠랑 만나면 그게 좋았어. 당장 내일 세상이 끝날 것처럼 떠들다가도 또 둘 다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거. 그럴 때마다 오빠가 뭐해? 하고 물으면 아무 것도 안해, 하고 대답했지만, 나 그때마다 참 많은 생각을 했어.


우리 참 징글징글해. 헤어지자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그래 나두 알아, 미친년처럼 늘 내가 먼저 그랬던 거. 내가 잘못해놓고도 오빠한테 화내고 끝내자고 하고 모진 소리 해대고. 내가 좋아서 오빠 만난 건데두 학점 엉망되구 취업 늦어지구 하는 게 다 오빠때문인 것 같아서 오빠가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어.


그치만 오빠두 알지? 그래놓고도 내가 늘 먼저 오빠 찾아간 거. 그럴 때마다 나 원망 안하구 그냥 조용히 평소처럼 대해준 거... 말은 안했지만 정말 고마웠어.


나 스무살 때는 진짜 오빠밖에 모르는 애였는데... 그동안 슬쩍 한눈도 몇 번 팔았었지. 오빠에 대한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는데 가끔 오빠가 나 힘들게 할 때마다 괜히 다른 놈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러기도 했었어.


나이들면서 더 좋은놈 만날 기회가 많아지기도 했구. 내가 좀 머리가 크고 나니까 꾸밀 줄도 모르고 늘 촌스럽고 투박한 오빠가 조금 창피하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어. 바보같지, 난 오빠의 그런 순수한 면이 좋았던 건데. 다른 남자도 몇 번 만나봤고 외국놈도 만나봤는데...(이건 정말 미안해) 그래도 결국엔 오빠 곁이더라.


근데 얘기하다보니 우리 그렇게 싸우거나 관계가 안 좋았던 게 정말 오래전 일이네. 요즘 우리 정말 좋은 것 같아. 오래 만나다보니 서로 절제할 줄도 알게 되구, 예전엔 같이 밤도 자주 샜는데 이제 그런 일도 거의 없구. 우리 많이 성숙해졌다, 그치? 하긴 오빠 만나면 집에 안 들어간다구 매일 투정부리던 것도 늘 나였으니까 내가 철든건가? 헤헤.


처음엔 서로 안 맞을 때도 있어서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많이 다투고 헤어졌다 다시 만났지만 오빤 참 한결같아. 우리 만나온 날들 생각해보면 참 뿌듯하구 스스로 대견해.


올해로 우리 만난지도 10년이 됐네. 내가 많이 바빠서 우리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난 오빠랑 영영 헤어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미국놈 프랑스놈 러시아놈 일본놈 이놈 저놈 다 만나봤지만 힘들 때 생각나는 건 오빠밖에 없더라... 앞으로도 이렇게 늘 한결같이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줄래?








Dear.soju o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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