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MBA 일을 하며 공부를 하는 건 참 쉽지 않지만요.
세상은 언제나 빠르게 변화하고, 유행하는 SNS 채널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하지만, 마케팅 에이전시의 실무자로서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변화의 속도는 차원이 달랐다.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출은 현저하게 떨어졌고 매장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자연스럽게 매출이 없으니 마케팅 예산도 대폭 축소되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는 예산마저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더 세밀하게 타겟팅된 광고가 집행되었고 홍보와 매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위해 인플루언서들과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행사에 초대해 홍보할 수 없으니 -어느 때보다도 돋보이기 위해- 인스타그램 필터를 활용하거나 AR로 스토어를 만들어 홍보하는 시딩이 주를 이뤘다.
업도 업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동생이 수업을 줌으로 듣고 메타버스 세계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을 보며 이 친구들이 10년 뒤 사회인이 되었을 때 내가 과연 경쟁력 있는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 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한 지도 만 5년이 넘었고 어느 정도 업계의 흐름은 이해하는 연차가 되었다. 솔직히 지금 익숙해진 일로 앞으로 최소 3년간은 먹고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에 익숙해지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있어 부담감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때마침 내 나이 스물아홉. 왜인지 다른 차원의 나이 같은 '30대'를 앞두고 나에게 든든한 선물 하나 주고 싶었다. 명품 가방을 하나 사야 하나, 차를 사야 하나,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나. 싶었는데 결국 (재미없게도) 선택한 것은 '대학원'이었다.
대학원을 다녀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부담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회사 일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학교를 다닐까 싶기도 했고, 연구가 중요한 이과도 아니고 어쩌면 실무경력이 더 중요한 문과에서 석사가 된다한들 커리어에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지원을 망설이던 때, 일하시면서 석사과정을 밟으셨던 부모님과 이미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친구, 내 선택에 항상 용기를 주는 남자친구가 해주었던 말들이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일단 다니다가 너무 힘들면 휴학해도 돼"
"시작만 하면 다 하면 하더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지원부터 해. 붙고 생각하자"
그리고 딱 일 년 전 이맘때 면접을 보러 갔고,
지원서를 제출하고 기꺼이 시간과 돈(학자금ㅎ)을 제공한 나 자신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정. 말.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꼈던 일도 하나씩 브런치를 통해 기록에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