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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담 Mar 01. 2022

On-Off가 제일 중요한 직업

오래 일합시다, 우리


사회초년생 시절엔 일을 하는 사람이 눈에 보였다. '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일을 잘하지?' 그분의 모습을 따라가 보려 흉내 내보다가 지쳐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일을 오래 하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하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이라 어떤 사람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어떤 사람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은근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찾기가 쉽더라. 하지만 오래 일한 사람의 세월에 대한 시기  자체는 불변의 것이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쌓였을 경험치와 노하우는 무시하지 못한다. 오래 일한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경우도 많고. (~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사람도 있다는  인정.)


일을 하다 보면 고비의 순간이 늘 찾아온다. 온갖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은 모두에게 존재했을 것이다. 일은 어쩜 그렇게 늘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이 하나 없고, 예상치 못하게 사람들과 얼굴을 붉히게 되기도 하는지. 그리고 회사에 있으면 왜 그렇게 개인적인 일들은 펼쳐지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꼭 아프게 되는지. 그런데,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은 그런 순간들이 과연 없었을까.


그래서 나는 몇 년 전부터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을 오래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나 마케터라는 직업은 누구보다 정신이 맑아야 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도 많이 내야 하고, 잘 못 되어 있는 것이 있을지 온갖 것들(시안, 문안 ... 예산, 입금 일정 등)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란 엑셀을 과속으로 밟아버리면 결국 과부하가 찾아온다. 업무를 쳐내기 바빠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넘겨버리다가 사고를 수습해야하는 일을 더 만들어버리고, 온갖 잔업에 야근이 일상화되면 개인적인 삶도 챙기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것은 건강이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나 동료나... 어떤 곳에서든 후회를 만들고 번아웃을 만들게 된다. 그러다 결국 그렇게 몰입했던 일까지도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이고. 처음에 일 열정이 너무 높았던 사람들이 더 빠르게 번아웃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아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유난히 많은 마케터 직무는 On-Off가 더 중요하다. 큰 프로젝트를 앞두면 준비하는 기간에도 업무가 과중되고 진행하는 당일엔 그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펼쳐지는 작은 이슈들도 해결해야 하고. 끝나면 해소되기보단 다음 프로젝트가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주로 행사나 어떤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루틴처럼 하는 행동들이 있다. 준비하는 기간에는 주말에 꼭 할머니 댁을 찾아가서 얼굴을 비추고 "할머니 나 행사하고 와"라고 얘기를 하고, 행사가 끝나면 휴가를 떠나곤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일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일을 열심히 하는 순간이 나중의 후회가 되지 않도록 만든다. 인생은 길고, 일을 해야 하는 기간은 길다. 초반의 작은 무리는 결국 큰 무리를 낳게 되는 법이다. 일을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야 한다. 중간중간 숨이 차고 힘들 경우에는 잠시 쉬면서,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이번 코스가 끝나면 끝이 아니라 다음 코스도 펼쳐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본인이 조정할 수 있는 템포는 챙겨서 조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충분한 휴식과 회복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나와 함께 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당신의 회사에도 중요하다.


...


잘 먹고 잘 쉬어야, 일을 잘할 수 있어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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