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막내', '신입'으로 활동 중이었던 스물여섯 나에게
오늘의 글은 약간 꼰대 같은 글로 비칠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사회초년생 시절의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면서 지금의 사회초년생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길 바라며 기록을 해본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3년 반을 향해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3년'이란 시점이 커리어의 한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어떤 회사든 입사하고서 첫 해는 담당업무의 기술과 회사의 규칙을 익히기 바쁘고 (이때가 제일 지치고 힘들다), 2년째엔 업무의 대략적인 프로세스를 인지하고 내가 이 업무를 '왜'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3년째엔 이슈가 펼쳐졌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게 되고, 해왔던 일에 내 아이디어를 보태보며 전반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다. 이때 가장 열정도 많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
같은 브랜드를 3년 넘게 담당하다 보니 나를 '담당자'가 아닌 내 이름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수많은 뷰티 브랜드 담당자들이 뷰티 인플루언서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업계의 KOL들에게 컨택을 하는데 나 또한 짧은 기간 근무했었다면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담당자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가 세 번은 넘는 시간을 소통했기에 행사 때 잠시 자리를 비우면 "다미씨 보러 왔는데 어디 있어요?"라며 나를 찾으시거나, "원래 스케줄 때문에 못 오는데 다미씨가 초대해서 왔다"는 감사한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행사 준비기간부터 바쁘고, 행사 당일에는 (거의)서있으면서 지쳐서 '이번 행사가 내 마지막 행사다...^^'라고 다짐하다가도 이런 감사한 말을 들을 때면 망설임 없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다음 행사 때도 꼭 오셔야 해요"라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물론 같은 회사에서 오래 일한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전략적으로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 이직은 필요하다. 나 또한 언젠간 지금의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이고. 3년이란 근속기간이 한 회사에서 10년, 20년을 일하신 분들 앞에선 대수롭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내 이름보다는 '인턴', '막내 직원', '신입'으로 활동 중이라 지쳐있는 주니어분들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보내본 선배 주니어로서 응원을 해주고 싶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①최악이 아니라면, ②회사를 다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몸이 아프지 않다면, ③지금 하고 있는 일로 쭉 밥벌이를 해야겠다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금은 당연히 힘들지만 3년이라는 고개를 지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여태 고생했는데 잘하던 못하던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역량은 펼쳐봐야 하지 않냐고.
지금의 회사에서 셀프 미션이었던 3년 근속을 달성한 것은 내게 정말 특별했다. 중간에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고, 심심찮게 러브콜도 있었다. '저 여기서 3년은 일해보고 싶어요'라고 포지션 제안을 거절했을 때 '3년이 뭐가 중요한데? 연봉 더 올리는 게 중요하지'라는 말도 들어보았지만 지금의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때 회사를 이동했다면 나는 또다시 새로운 회사의 인고의 습득기간을 거쳤을 테지만, 나는 이곳에서 '나의 일'을 해볼 수 있었고 덕분에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닿을지 모르지만, 눈물을 머금고 첫 번째 PR 이벤트를 치러냈던 스물여섯의 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잘 해냈다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것으로 충분했다. 그 시절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실무자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해볼 수 있었고, 지금의 시간들이 또 다른 미래를 만들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덧 6년차 (만 5년) 마케터로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시니어가 될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지 조금은 무거워진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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