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나마 공감하며 보았다. 기획이 어떻고, 기술이 어떻고를 떠나. 세월이라는 것에 묻혀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새삼스럽게 발굴되어 전해져 오는 기분이다. 때로는 깊이 묻혀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냥 대충 덮어둔 모양인 듯하고. 잊은 듯 지낸 시간이 잊혀지지 않고 마음 한 켠에 서있었구나 생각이 든다. 상실은 삼킬 수 없는 일인 것만 같다. 감출 수 있을 뿐이지.
남겨진 이들의 삶엔 어쩌면 영원히 쓸 수 있는, 혹은 써야 하는 가면이 따라온다. 잘 지내는 척, 잊고 사는 척하면서 쓰는 가면들. 어른이 된 아이들도, 냉정해져야 하나 고민하는 어른도 다들 쉽게 공감이 되었다. 각자 나름의 형태로 타인의 허망한 의견과 소신에게 상처 입었겠지.
많은 세월이 지난다고 한들 남은 이들의 후회는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그 후회가 공감되었다. 남겨진 이들의 후회. 그 후회가 스스로에게 입히는 상처.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채무를 마음에 품고서 살아가는 이들의 부채의식. 더 잘할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
특별히. 단 한순간이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나 또한 저렇겠거니 생각하는 스스로의 연민과 딱한 상대의 모습이 닮아서였을 것이다. '항상'이라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움의 시간적 속성은 '항상'이라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우리가 곧 다시 만나게 된다면. 우리의 마음속에 쌓아온 감정과 하고팠던 말들이 허무한 재가 되지 않기만을 원한다. 미안하다는 말밖엔 달리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