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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담낭이
May 09. 2024
미국 생활은 참 외롭다
해외에서 살게 되면 느껴지는 감정들
나는 2009년에 1년 정도를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어학연수라는 명목하에 1년 정도를 해외에서 지냈던 건데,
한국인들과 더 많이 놀러 다니는 바람에 내 영어 실력은 그렇게 크게 늘진 않았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그때의 해외에서의 거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미국에서도 큰 어려움 (작은 어려움은 많지만) 없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해외에서 1년 정도를 산다는 것은 그 당시 어린 나에게는 매우 설레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출국 전에 주변 사람들이 향수병이라던지,
외로움이라던지 하는 단어들을 나에게 수도 없이 얘기해 줬지만,
이미 한층 들떠있는 나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여행하듯 새롭고 신나는 일만 가득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내게도
정확히
5개월
정도가
지나자 귀신같이
외로움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첫날 낯설었던 다운타운의 풍경은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고, 나에겐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원래 밖을 잘 다니지 않는 집돌이인 나는,
주말이
되면
그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바빴고
밴쿠버에서 만난 한국인들과의 교류도 언젠가부터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보고 싶어 항상 컴퓨터 속에서만 살았고,
언젠가부터는 한국에 언제 돌아가는지 그 하루하루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것 같다.
(실제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한국에 귀국했다.)
이십몇 년간을 한국에서 살다가 갑자기 캐나다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30대 중반이 넘어서 도전하게 된 미국 생활은,
그래도 예전 캐나다에서의 생활보다는 조금 덜 외로웠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가족이었다.
외로울 틈 없이 아이들 육아를 하고, 와이프와 시간을 보내고, 또 집에서 항상 먹던 한식을 차려 먹으면,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도 많았다.
아마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미국에서 살지 못했었으리라.
어쨌든 사랑하는 가족들이 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생활이 가끔씩은 외롭게 느껴진다.
아마 미국에 와서 다른 한국인들을 만날 때, 내가 좀 더 말이 많아지는 이유도 확실히 외로움 때문인 것 같다.
하루는, 문득 아이들과 아내가 자고 혼자 남은 늦은 저녁이었다.
문득 방 안의 나 스스로를 보며,
내가 왜 유독 여기에서 더 심한 외로움을 느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먼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혼자이다.
새로운 회사에서 매니저와 팀원들이 있지만, 어쨌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계속해서 영어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그 친분의 한계가 분명했다.
이전 퀄컴에서는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 분들이 조금 있어서 나았지만,
이곳엔 정말로 단 한 명도 아는 한국 사람이 없다.
예전 삼성 시절에는 어땠는가.
커리어 면에서 본다면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럽지만,
사람이 어떻게 일과 커리어만 놓고 생활을 하겠는가.
일이 힘들 때면 같이 커피를 마셔주던 같은 파트 선, 후배들,
가끔 마음이 맞으면 근무 후에 잠깐 술 한잔 하던 친구들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두 번째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이 더 생겨난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하다 못해 부모님께 잠깐이라도 의지를 할 수 있었다.
주말에 잠시 부탁드리고 나와 와이프가 여유 시간을 갖는다거나,
명절
때면
한 번씩
보내주시는
쌀이나
반찬 지원들,
일
하다
힘들
때면
아버지와의
대화
등을
통해
보호받는
기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오롯이 우리 가족만 존재한다.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내 가족들을 부양한다는 자부심이 들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이 새로운 곳에서 내가 나의 가족들을 지킬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가끔 무서워지기도 한다.
나에게 누군가 미국으로 이주해 온 것을 후회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갖는다는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혜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완전한 공짜는 없다.
그 달콤한 혜택의 대가가 외로움일 테고,
나는 오늘도 이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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