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샌디에고에서 베이로 새로운 오퍼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는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야 거기 정말 살기 뻑뻑한데 말이지..." "
거기보다 샌디에고가 훨씬 더 나은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나?"
선배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베이 에리어는 샌디에고에 비해 집값도 비싸고, 날씨도 덜 쾌적하며,
무엇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곳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샌디에고가 더 '살기 좋은' 곳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베이로 왔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샌디에고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날씨는 완벽했고, 사람들은 여유로웠으며, 삶의 균형을 찾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불만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연봉이었다.
한국대비 분명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였지만,
만만찮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물가를 견뎌내기에 내 연봉은 턱없이 부족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팀에 조인해서,
연봉을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올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매니저에게 다음 승진에 대한 기간을 물어봤을 때,
평균적으로 "6년"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도,
이곳, 샌디에고를 견딜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이 샌디에고에서의 회사 생활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다.
나는,
지금 당장 내 연봉을 올려야만 했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위해서.
베이에 있는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았을 때,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지금 받는 연봉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 내가 성장한 기분.
나에게는 베이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베이로 간다고 결정했을 때,
선배는 나에게 또 이렇게 이야기했다.
"베이로 가면 연봉은 오르겠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해질 거야"
"그곳은 정말 고액연봉자들이 많거든."
"절대 남과 비교하지 마. 너 스스로가 더 낮아질 뿐이야"
한 귀로만 흘렸던 그 얘기는, 베이지역으로 오자마자 내게 처절하게 다가왔다.
이곳은 정말로 활기 넘치고,
그만큼 경쟁적이고, 치열한 곳이었다.
그리고 꽤나 상승했던 내 연봉은,
이곳에선 다시 성에 차지 않을 만큼 낮아 보였고,
나는 다시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던 그 선배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샌디에고가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는 뉴욕이나 베이 에리어 같은 곳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자극과 경쟁 속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그 긴장감 속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면.
그래,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 옆에서,
그들을 마음속으로 질투하고, 스스로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그 사람들을 뛰어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부류의 사람.
마음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 후에 나에게 더 많은 보상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견뎌낼 수 있는 사람.
그게 나였다.
그런 나에게 이 실리콘밸리라는 곳은 어쩌면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은 항상 '객관적으로 좋은' 환경을 찾으려 한다.
한국이 살기 어떻다느니, 미국은 어떻다느니,
캘리포니아에선 살기 힘들다느니 등등...
하지만 그런 조건들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에너지를 느끼는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어디를 가든 당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맞는 환경은 없다. 오직 나에게 맞는 환경만이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