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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그 필요성과는 별개로 지금은 그 개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때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요즘 뉴스에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검사 3명 중 1명이 사라졌다는 보도다.
그 결과 미제 사건이 두 배로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기사만으로는 이 상황의 심각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사건들이 쌓여 있다는 현실이 드러난다.
관련 기사들을 보는 순간마다,
나는 숫자가 아니라 그 피해자들을 떠올렸다.
이처럼 미제 사건이 급증한 지금의 현실은
개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여전히 불안 속에서 살고 있고,
누군가는 그날 일을 잊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있으며,
누군가는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두려움에 일상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사건이 미제로 남는다는 건 단순히 일이 밀렸다는 뜻이 아니다.
그날의 끔찍했던 순간이 피해자의 삶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간이 지금도 누군가에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형사사법에서 시간은 결과를 바꾼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사건의 성격이 왜곡되거나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처벌이 늦어질수록 피해자는 두려움 속에서 버텨야 하고,
가해자는 또 다른 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움직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바쁨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제때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 한 명이 400건, 많게는 500건의 사건을 맡고 있다.
이건 열심히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시간이 지연될수록 누가 유리해질까.
지금 같은 방식의 개혁은 피해자를 돕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의 기억은 흐려지고,
증거는 사라지며, 피해자는 점점 지쳐간다.
결국 끝내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반대로 가해자는 시간을 벌수 있는 이득을 얻게 된다.
대응할 준비를 할 수 있고, 증거를 없앨 기회도 생긴다.
나는 기존 검찰 조직을 옹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구조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개혁의 필요성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1년 만에 미제 사건이 두 배로 늘었다는 현실은
지금의 개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과정이 사람을 무너뜨리고 있다면
그것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남은 검사 수 통계가 아니라
해결되지 못한 사건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수사권 조정, 조직 개편,
특별검사 파견, 그리고 줄사직.
여러 변화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현장은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권한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가고 있지만
국민의 사건을 처리할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그 과정의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 틈에서 아직 처리되지 못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분명히 봐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검찰개혁은 기존 검찰 권한의 집중과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기능보다 권한이 먼저 재편되면서 생긴 결과다.
이로 인해 현장의 처리 능력이 흔들렸고, 그 흐름이 미제 사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잡던 사람은 줄었고, 대신 맡을 사람은 아직 그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부족하다.
이 현실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일반 피해자에게까지 닿지 않는 거창한 개혁보다 지금은 기능이 멈추지 않게 만드는 일이 먼저다.
개혁의 방향보다 실제 현장이 버틸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지금은 사건을 나눠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위험하고 긴급한 사건부터 먼저 다뤄야 한다.
언론에 보이는 사건이 전부가 아니다.
매일 보도되는 사건들 뒤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쌓여 있다.
그래서 지금은 무엇보다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현장에 사람을 더 투입해야 한다.
수사, 기록 정리, 공소 유지까지 사건을 맡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사건을 실제로 처리하는 단계에서인력 부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역할을 분명하게 나눠야 한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소는 기소기관이 맡되
그 구조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조로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에서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다.
지금의 변화가 피해자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개혁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늦어지면 그 시간은 누군가가 대신 감당해야 한다.
지금 그 시간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그리고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다.
잘못된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기능과 시스템은 멈추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개혁도 준비 없이 진행되면 누군가는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결국 우리 국민들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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