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을까 말까? 결정하기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같은 문제로 무한 반복했던 고민을 끝냈다

by 지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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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를 낳기로 해요.



3년 만에 결심했다. 드디어 쳇바퀴처럼 돌았던 고민을 끝냈다. 그동안 남편과 나는 의견이 달랐다. 남편은 아이가 둘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한 명 키우는 것도 참말로 힘들고 마음 쓰이는 일이 많은데, 둘이라고? 복직해서 이제 겨우 살만하구먼. 이 모든 걸 다시 하라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신생아 육아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니. 솔직히 안 하고 싶었다.

어차피 낳아도 니가 키울 거 아니니까, 둘째 아이를 낳자는 말이 쉽게 나오는 거야. 난 지금 한 명으로 매우 만족한다고. 하나 키우는 것도 버겁단 말이야. 이 아이조차 제대로 못 키우는 거 같은데, 둘째를 어찌 감당하냐고!!


내 속에서 끝도 없이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금도 충분해. 난 아이 하나만 키울 거야.’



굳게 다짐했지만, 이상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둘은 키워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야, 됐어. 끝나지 않는 고민의 쳇바퀴. 아이 한 명 더 낳는 거를 결정하는 문제가 이토록 어려운 걸까.


“둘째 낳아 키우는 거 어때요?”


나는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저마다 해주는 말이 달랐다.


“에이, 하나만 키워도 되지 뭐. 요즘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아이는 둘은 있어야 해. 애 혼자 크려면 외로워.”

“낳을 거면 한 살 더 어릴 때 해라. 여기저기 몸 쑤신다.”

“초반에만 힘들지, 시간 조금 지나면 지들이 알아서 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누구든 맞는 것 같았다. 낳아도 그만, 안 낳아도 되는 이 문제로 나는 3년째 씨름하고 있었다. 한 살 더 먹기 전에 결정을 내리는 게 맞다. 애는 낳는 것보다 키울 때 체력이 더 필요하니까. 어느날 친정 엄마의 툭 뱉은 한마디가 내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애 한 명 낳아서 후회하는 사람 봤어도, 둘, 셋 낳고 내가 애를 왜 이렇게 많이 낳았지? 하는 사람은 못 봤다. 나도 셋까지 낳지 못한 게 아쉬워.”



지금이야 힘들어서 그렇다만,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그때 한 명 더 낳을 껄껄껄...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저절로 나온단다. 그럴 수 있겠다. 갑자기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내가 아이를 임신하고 싶다고 해도 바로 아이가 생기는 게 아니지 않은가.

불현듯 깨달았다. 고민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었다. 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할지, 안 할지 모른다. 임신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미 아이 낳고 앞으로 닥칠 어려운 과제들만 생각하며 이토록 심각했다니.




그래, 마지막이야.
딱 한 명만 더 낳고
이 고민을 끝내자.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둘째 아이를 낳아요.... 그 이상은 없어요.”

남편은 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여보가 하도 안 낳겠다고 하니까, 포기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몇 개월 뒤. 임신했다. 내가 마음먹기만 바라고 있던 것처럼. 귀여운 아이가 우리 가정에 찾아왔다. 둘째 아이는 2월에 태어날 거랬다. 첫째 아이도 2월에 태어났는데, 두 아이를 다 같은 달에 낳게 될 줄이야.



“둘째는 꼭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첫째도 딸을 바랐던 남편이었다. 첫째 아이가 딸이어야 무조건 엄마에게 좋다나. 남편의 소원과 다르게 아들이 태어났다. 둘째 아이로 남편의 바람을 이루었다. 2018년 2월. 딸이 태어났다. 남편이 어찌나 기뻐했던지.

나한테는 둘째 아이의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떤가. 더는 아이 낳는 일로 고민 안 해도 된다니. 마음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막상 낳고 보니 아이 둘을 키우는 데 한 번은 아들, 다음에는 딸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했다. 아이들 성별도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거니까. 건강하게 태어난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2020년 8월 26일 자 기사에 우리나라 출산율이 나왔다. 2019년 합계 출산율이 0.92다. 1명도 안 낳는 가정이 있다는 말이다. 경제협력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2015년부터 출산율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 이번 통계는 둘째 아이 출산이 가장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해마다 수십조 원을 부어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았다.



GYH2020082600170004400_P4.jpg 2019년 출산율 자료 (2020.08.26. 연합뉴스)


안 낳는 건지, 못 낳고 있는 건지. 아무도 모른다. 가정마다 속 사정은 다르니까. 왜 1명도 안 낳느냐고 뭐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둘째 아이 임신하는 걸로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기사에 나온 통계만 보고 요즘 젊은 사람들 애를 안 낳는 게 문제야!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


여자들이 대부분 일을 하는 시대다. 워킹맘으로 일하며 애 키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하랴, 애 돌보랴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둘이라고? 남편이 둘째 아이 낳자고 안 했으면? 나 역시 한 명으로 족하다며 살았을 테다. 남편의 외벌이만으로 아이 둘 이상 키우는 건 어떤가? 솔직히 힘들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도 모른다. 속 사정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지금도 둘째 아이를 낳을까, 말까로 고민하는 가정이 분명 있을 게다.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들도 있겠지. 출산율 숫자와 통계는 객관 자료일 뿐.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말해주지 않는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헤르만 헤세가 말했다. 어쩌면 내가 둘째 아이를 낳기로 한 것도 결국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발걸음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그저 나는 내 인생을 살뿐이다. 누가 대신 나를 위해 살아주지 않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을 수습하는 것도 나다. 둘째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계속 고민했다. 아이를 낳기로 한 것도 내가 선택한 거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새로운 결정으로 내 삶은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20200520_122802.jpg 어느새 3살이 된 둘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