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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Mar 16. 2018

내가 인도에 간 이유

나도 궁금하다.

의식 흐르는 대로,
사진 찍히는 대로 흘러흘러 인도로


2016년 4월.

갑자기 인도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의 정신은 더 이상 내려 갈 수 없는 최하층 바닥에 노른자가 터져버린 계란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혐오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항상 그랬듯 나는 내 안의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감정'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때 까지 나의 인생은 운이 좋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 했었고, 운이 없더라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노력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 했었다.    
 


내가 스스로에게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2년 동안 불어버린 17kg에 달하는 몸무게도 아니고, 갑자기 무너져 버린 무릎에서 느끼는 통증도 아니었다.

내게 나타난 이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밀실에 대한 공포였다. 밀실이라고 해서 물리적인 밀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내 상상과 무기력한 정신이 만들어낸 환상과도 같은 것 이었다.

예를 들면 그렇다. 거실에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가 된 느낌이었다. 나와 외부세계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선이 끊어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마트에 가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운전을 하면 안된 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문을 닫는 순간 어디선가 들이닥친 물이 스멀스멀 차안에 차오르는 느낌에 나는 질식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천천히 차오르던 물은 결국 차 천장까지 가득 메우고 말았고, 나는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인도였을까? 나도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물론 근10년 간 인도에 대한 나의 관심은 꾸준했다.  지금부터 8년전 네팔에서 인도로 가려다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로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도에 대한 열망은 옷장 서랍 가장 위에 예쁘게 접혀있는 가장 아끼는 한쪽 자리 양말처럼 되어버렸다. '그 양말 진짜 좋아하는데... 빨리 다른 한짝을 찾아서 신어야 하는데... 뭐, 언젠가 찾아서 신겠지...'하면서 결국 양말을 찾을 시도는 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기도 싫고, 의지도 없고 그냥 산소만 소비하는 존재 같이 되버렸을 때, 유일하게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욕망이 인도였다.

놀랍게도 인도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내 마음속에 지배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인도로 출발하기 전, 1년이었던 여행 기간은 인도에서 2년으로 그리고 이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그렇게 인도에 오래 있냐고, 다른 곳에 가보고 싶지 않으냐고.

나는 그럴 때마다 수줍게 대답했다. "싸니까요."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나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인도에 있는 진짜 이유?

그 곳에서 마음의 안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변이 혼란스러울 수록 그 안에서 나름의 균형이 보였다.

혼란스럽다고 생각한 것들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다.

내가 모르는 낯선 장소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인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비자연장으로 인도를 떠나야 할 때는 찔끔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인도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8년 1월. 처음 인도에 간지 20개월이 될 무렵 인도를 벗어나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도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고, 하루라도 빨리 다시 인도에 가고 싶다. 그러나 내게 생긴 이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는 낯선 미스테리다.

내 안에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인도에서의 450일 동안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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