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_가온인쇄공방
지역소식지_충무로 인터뷰_ 2015.05
" 시대의 흐름이 그러하다고 절망하고 포기할 순 없어요. "
함영실(37)대표는 충무로3가에서 수제종이만들기와 레터프레스 인쇄를 통한
인쇄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가온인쇄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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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고 싶다며 처음 충무로에 왔을 때가 25살 이었어요.
욕구만 있고 인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인쇄의 길로 인도해 주신분이
현재의 지도제작업체 케이맵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식실장님 이세요.
그렇게 함께 일한지 한 달 만에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김 실장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 놀지 말고 나와서 일해라.”
그렇게 취업한곳이 합판인쇄소 였고,
그 뒤로 여러 기획사를 거쳐 이런저런 인쇄일 을 하다
지금의 제 가게를 열게 되었어요.
물론 가게를 열기까지 평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일해주고 돈 못 받기는 기본이고 동업자가 엎어지기도 하는 등 심란한 시기를 거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도 했지요.
남편도 한 기획사 사장님이 주문한 일러스트 작업을 해주곤
지금까지 결제를 못 받고 있어요.
10년 넘는 충무로 생활동안 이웃들이 한분한분 마을을 떠났지만
그만큼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있기에
충무로 마을살이가 외롭지는 않아요. (웃음)
( 합판인쇄 : 주문된 다양한 디자인을 모아 인쇄하는 방식으로 단가가 저렴해지는 장점대비 품질이 균일하지않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
- 인쇄마을의 미래
제가 기억하는 충무로 인쇄마을은 기술자들의 집합소 같은 곳이에요.
한분 한분 없어서는 안 될 인쇄산업의 일꾼이면서 장인들이죠.
여전히 인쇄골목에선 인쇄기계들이 돌고 있기에,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중간 중간 문 닫는 인쇄소들이 있지만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직업군이 있지요.
하지만, 남는 것은 또 남게 되니까요.
남들이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새로운 해석을 통한 신규시장을 개척해 나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단순히 인쇄시장의 축소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쇄시장의 형태가 변해간다 보고
그 변해가는 흐름을 잘파악하여 흐름위에 올라타는 방법을 찾았으면 해요.
- 인쇄마을이 사라진다.
인쇄골목이 사라진다고요?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사라지지 않아요.
물론, 중구 충무로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인사동, 동대문으로 이동하기 편한
지리적 중심지에 있고 그런 이유로 숙박업소들이 늘고 있어요.
지금처럼 인쇄소들이 모여 있고 사이사이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들이 들어서겠지요.
외관상으로 보기에 좋지 않지만 어차피 관광으로 오는 외국인들이 충무로에서 관광을
하지 않아요. 잠시 머물며 쉬어가는 지역일 뿐.
그렇기에 인쇄산업과 숙박업이 공존하는 형태로 변해갈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숙박업소들이 늘어나는) 변화가 중구에서 원하는 모습이고
인쇄인들이 구정책에 볼멘소리를 해도 하나둘 문 닫는 기획사와 인쇄소들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 자리에는 다른 무엇인가가 들어오게 되고, 그것이 숙박업 인 것이죠.
시대가 변했기에 변화에 순응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 충무로에서 하고 싶은 것
지금과 같이 수제종이 만들기와 레터프레스 인쇄를 하며 일반인들도 쉽게 인쇄를 접하고 이해하수 있는 인쇄문화 활동과 다양한 인쇄교육 사업으로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작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말고
인쇄마을 전체가 학습장이 될 수 있는고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선생님이 되는
마을학교, 보고 듣고 체험 할 수 있는 REAL 인쇄마을투어를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쇄마을에 인쇄인들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해요.
꿈같은 이야기지만 제가 여기 충무로에 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거예요.
그러면 인쇄마을에도 조금은 활기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 돈은 잘 버는지
지금 돈 잘 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외벌이론 도시생활하기 힘든 시대니 무엇인가 해야 는데,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인쇄일 을 교육과 연계하여 프로그램 짜고 인쇄문화활동으로 해보고자 시작한 것이죠.
레터프레스로 상업인쇄를 해서 판매 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선점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기에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고, 현재는 하나하나 구체화하며 현실화해가고 있는 시점이에요.
- 종이를 직접 만들어 사용함의 남다름
인쇄를 하는데 있어 종이는 정말 중요해요.
그 종이를 내가 원하는 느낌의 종이, 나의 의도를 담은 종이로 직접 만들어 사용 하는 것은 멋진 일이예요. 아날로그 인쇄방식인 레터프레스 인쇄와 궁합이 맞고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종이와 인쇄가 합쳐져 완성되는 결과물을 상대가 받았을 때
아..정말 핸드메이드구나 라는 정성 깃든 느낌 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 여가에는 무엇을
소다를 해요.
스마트폰게임인데 같은 모양 3개를 배열해서 터트리는 게임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이고
가만히 누워서 터트리고만 있는 것 이지요.
삶이 힘들어 쉬고 싶은 거예요
- 힘들면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다른 일도 해보았어요.
사람이 싫고 말이 일이 싫어 떠났을 때
접하게 되는 새로운 일 또한 힘들기는 똑같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 가해요.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 보람 있는 일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는 보람과 재미를 주고 있어요.
물론 힘들어요.
인쇄선배님들이 푸념처럼 인쇄가 번창하던 시기는 끝났고
시장의 변화와 그 여파가 저라고 비껴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예전에 충무로를 떠났다 되돌아 왔을 때 시장의 상황은 더 안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절망하고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난 이미 한번 이곳을 떠났다 돌아 왔기에,
어떻게든 여기서 먹고살아야 한다는 고민을 해야만 했고
두 번은 도망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어요.
- 고민은
요즘은,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의 가게보다 더 좋은 환경의 공방에서
수업을 하고 싶어 여기저기 대출상담도 받고
보증상담도 받아보았지만 소상공인에게 녹록한 대출이
없기에 절망하고 있는 중이에요
하지만 쓰러져 있을 수만은 없기에 전열을 가다듬고
열심히 내 돈 모아 내 돈으로 더 큰 공간으로 이사 가자 마음먹었지요.
그렇게 저는 매일을 다시 시작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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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인쇄공방의 함영실(대표)는 2019년 현재
충무로 인쇄마을의 인쇄인지역모임 _ 충무로다모임 _ 의 매니저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