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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안 Mar 07. 2024

예술의 객관성에 대한 사소한 단상

한국 문학이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에 관하여

2021.01.07. 목요일


    일제 강점기와 군부 독재, 민주화의 파란을 겪어 오며 한국의 문학가들은 투쟁을 체화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학은 (나아가 예술은)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 작가가 작품 내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통해 대중을 설득하려 드는 순간 예술은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나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선전물로, 혹은 예수의 신성을 강화하는 상징물로. 

    한국 문학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이 지점에 내재한다. 한국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그 시각을 독자들에게 강요한다. 소수자의, 사회적 약자의, 특정 사상이나 정당의 입장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그 불합리성에 분노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haute mer, l'oiseau bleu (2024)

    물론 다양한 시각의 존재와 표현은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신념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혁명가의 역할이다. 작가는 (혹은 예술가는) 정치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고 아닐 필요도 없지만, 작품은 객관적인 목소리를 유지해야 한다.

    좋은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계를 인지하고 해석하되, 그 해석된 세계를 첨언 없이 객관적으로 기술한다. 결과적으로 감상자는 작가의 시각을 경험하면서도, 작가가 바라보는 외부세계를 주체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잃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예술(작품)은 모두 주관적으로 객관적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 깊이를 더할 것. 그렇게 감지한 세계를 진술하지 말고 묘사할 것.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그 두 가지를 명심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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