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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의 축구는 정말 비판 받아야 할까?

최근 맨유와 무리뉴 감독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축구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무엇보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이가 많다. 매번 수비적인 전술로 일관하는 것은 물론 포그바, 마샬 등의 선수에게 맞지 않는 포지션에서 뛰게 한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보인다. 필자 또한 무리뉴 감독의 전술과 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들이 여러 축구팬들과 동일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허나 이번 칼럼은 지극히 필자 개인의 의견이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관은 타인과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이번 글은 그저 재미로 편안하게 읽어 주길 바란다.


# 무리뉴의 수비적인 전술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무리뉴 감독이 강팀, 약팀을 가리지 않고 수비적인 전술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 또한 이 의견에 동조함을 피력한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먼저 수비를 두텁게 하고 그 이후에 역습을 시도하는 선수비 후역습을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 하고 있다. 그는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이러한 역습 축구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무리뉴 감독의 축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첼시에서 경질된 15-16 시즌, 유로파에 집중했다고는 하지만 리그 4위와 승점 7점 뒤진 6위를 차지한 16-17시즌, 그리고 현재의 큰 비난을 받고 있는 맨유...물론 무리뉴가 최우선시하는 수비는 항상 합격점을 받아왔다. 인터밀란 시절 트레블을 차지했던 09-10시즌 리그 최소 실점 팀(34)에 올랐고 레알에 몸 담았던 11-12시즌에도 바르샤에 이은 최소 실점 2위(32)에 올랐다. 리그 6위를 차지한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 단 29골만 내주며 최소 실점 2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에는 20개 팀 중 가장 적은 19골만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밀란, 레알 시절의 최소 실점과 맨유에서의 최소 실점은 그 질 자체가 매우 다르다. 현재 맨유의 최소 실점의 원동력은 골키퍼 데 헤아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번 시즌 데헤아는 리그에서 세이브 87개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랭크돼있다. 데 헤아 개인에게는 만족스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빅 6 팀의 키퍼 중 세이브 부분 상위 10위 안에 있는 선수는 데 헤아가 유일하다. 하지만 세이브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강등권에 위치한 스완지와 스토크의 수문장 파비안스키(100)와 버틀란드(87)라는 것을 통해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세이브가 많은 골키퍼의 팀은 수비가 흔들리는 팀이며 슈팅을 많이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 맨유가 최소 실점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비수들의 안정적인 수비력이 뒷받침된 것이 아닌 데 헤아의 수훈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즉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전에 무리뉴가 사용했던 강력한 수비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데 헤아 골키퍼가 아닌 수비수들의 안정적인 수비력이 기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 무리뉴의 축구는 재미가 없다


최근 맨유의 경기를 보고 난 이후 많은 축구팬들은 '재미가 없다', '보다가 잤다' 등의 의견을 내비쳤다. 필자 또한 무리뉴 감독의 축구를 재밌게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이러한 의견이 나온 이유는 맨유의 공격 패턴이 매우 단조롭기 때문이다. 무리뉴가 레알과 첼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절 보여준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은 축구팬들의 눈을 정화 시킬 정도로 정교했다. 그 중심에는 호날두라는 세계 최고의 윙어와 아자르라는 세계 최고의 크랙과 함께 벤제마, 코스타라는 결정력을 겸비한 원톱 자원이 있었다.  또한 알론소와 파브레가스라는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를 보유하고 있는 월드클래스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한 역습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됐다. 하지만 현재 맨유에는 이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할 만한 공격 옵션이 보이지 않는다. 포그바라는 환상적인 옵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류카쿠는 큰 경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맨유의 크랙 마샬과 빠른 스피드를 보유한 래쉬포드는 맨유의 역습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산체스 마저도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산체스는 그에게 기대했던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나 환상적인 오프더볼 움직임이 아닌 루카쿠 등을 활용한 중장거리 패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맨유의 공격이 단조로운 이유는 비단 선수들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 무리뉴의 4231전술과 433전술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1월 맨유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에버튼과 스토크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경기에서의 핵심은 바로 포그바의 포지션이다. 맨유는 에버튼과 스토크전에 모두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고 포그바는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이 두 경기에서 포그바는 총 4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여러 축구 전문가들 또한 유벤투스 시절 포그바가 돌아왔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그에게 보냈다. 맨유 또한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다. 이와 달리 맨유가 졸전을 면치 못했던 토트넘, 뉴캐슬전에는 모두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고 포그바는 3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포그바는 이 두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후반 초반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무리뉴의 역습 전술에서 포그바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레알 시절 알론소, 첼시 시절 파브레가스와 같은 중장거리 패스에 능한 포그바는 맨유의 역습의 시작점이자 핵심적인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그바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땐 그의 장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는 수비력이 부각될 뿐만 아니라 장점인 정확한 패스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본래 포그바의 포지션은 메짤라...공격형 미드필더다. 포그바의 수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영입해온 마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무리뉴 감독을 이해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포그바의 공격에서의 창의성에 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산체스를 영입했지만 두 선수가 모두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마저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최근에는 포그바와 무리뉴 감독의 불화설까지 보도되면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에 있는 맨유와 무리뉴 감독이다.


# 세비야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대해서


세비야와의 원정 경기에서 맨유는 매우 부진했다. 슈팅수에서 세비야에게 25대 6으로 크게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데헤아의 환상적인 선방에 힘입어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도 수비적인 전술로 임한 무리뉴 감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질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세비야는 이번 시즌 홈에서 13승 5무 1패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중에는 4위 첼시와의 승점 6점짜리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첼시와의 경기에서 패할 경우 최대 4위까지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무리뉴 감독은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꼭 승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절대 지지 않겠다는 목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결국 힘겨웠던 세비야 원정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고 어느정도 우위를 점한 뒤 세비야를 자신들의 홈으로 불러 들일 수 있게 됐다. 결국 세비야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무승부로 종료됐지만 큰 힘을 빼지 않고 주말에 있을 첼시 전에 대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리뉴는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첼시와의 리그경기에서도 이와같은 전술로 일관한다면 무리뉴는 큰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세비야와의 원정 경기에서 무리뉴가 선택한 지지 않는 전술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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