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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프랑스와 벨기에의 전술대결

뫼니에의 결장이 뼈아팠던 벨기에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불렸던 프랑스와 벨기에의 맞대결은 프랑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벨기에는 경기 내내 볼을 소유한 채 프랑스를 압박했고 이에 프랑스는 날카로운 역습과 세트피스로 대응했다. 결과는 프랑스의 승리였지만 벨기에 또한 결승전에 진출할만한 자격을 갖춘 팀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오늘 프랑스와 벨기에는 공격시와 수비시에 형태가 달라지는 변형 전술을 들고 나오며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쳤다. 프랑스는 공격시 4-1-4-1, 수비시 4-3-3 대형을 채택했고 벨기에는 공격시 3-2-4-1, 수비시 4-2-3-1 대형을 구성했다. 이와 같은 두 팀의 전술 변화는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월드컵 4강전 다운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ㆍ벨기에의 공격전술

벨기에 공격대형
후스코어드
후스코어드

첫 번째 사진은 프랑스전에서 벨기에가 공격시에 보여준 포메이션이다. 뫼니에가 경고 누적에 의한 징계로 인해 출전이 불가했고 그 공백을 샤들리가 메웠다. 샤들리는 지난 브라질전에서 뫼니에가 보여주었던 전술적 움직임을 재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를 적절히 수행해주었다. 또한 샤들리의 오른쪽 이동으로 인해 생긴 왼쪽 윙백 자리는 아자르가 도맡았다. 하지만 아자르는 윙백 위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펠라이니, 데브라위너와 경기 내내 스위칭 플레이를 가져가며 빌드업에도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지난 브라질전에서 샤들리가 구현했던 전술적 움직임과 확연히 다른 플레이였다. 브라질전에서 샤들리는 공격시 왼쪽 윙백, 수비시 중앙 미드필더의 한축으로 경기에 나섰고 주로 자신의 지역에 한정된 움직임을 구사했다. 이에 반해 아자르는 자신의 위치에 한정되지 않고 전지역을 뛰어다니며 광범위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것은 아자르의 드리블, 시야, 기동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마르티네스 감독의 선택이었다.

벨기에의 빌드업 작업은 다음과 같았다. 비첼, 뎀벨레가 투 볼란치 형태로 경기에 나섰고 데브라위너, 펠라이니가 시시때때로 3선까지 내려와 볼 공급에 가담했다. 이는 프랑스가 11명 전원이 수비하는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빌드업시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방책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벨기에의 KEY가 된 것은 아자르와 데브라위너의 움직임이었다. 위에 게시된 두 선수의 히트맵을 보라. 아자르와 데브라위너는 프랑스의 전지역을 뛰어다니며 벨기에의 공격 작업을 이끌었다. 두 선수가 각각 76회, 78회의 터치를 가져가며 벨기에의 3선 이상에 위치한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터치 횟수를 가져갔다는 기록이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움직임 덕분에 기동력이 부족한 펠라이니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고 중원에서의 숫자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자르와 데브라위너 두 선수의 움직임만으로 프랑스의 중원에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했다. 이에 마르티네스 감독은 비첼과 베르통언에게 전방 공격 작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처럼 보여진다. 이 또한 위에 게시된 두 선수의 히트맵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비첼은 데브라위너와 샤들리가 자리한 오른쪽 측면 공격 작업에, 베르통헌은 펠라이니와 아자르가 위치한 왼쪽 측면 공격 작업에 가담하며 프랑스에 대항했다. 뿐만 아니라 두 선수는 아자르와 데브라위너가 자신들의 본래 위치를 벗어나면 그 공간을 커버하기 위한 움직임도 구사했다. 이 때문에 아자르와 데브라위너의 광범위한 움직임은 비첼과 베르통언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벨기에의 수비전술

벨기에 수비대형
후스코어드

벨기에는 공격시 3-2-4-1 대형을 형성했던 것과 달리 수비시에는 4-2-3-1 대형을 구축했다. 샤들리와 베르통언이 자신들의 본래 위치인 오른쪽 풀백과 왼쪽 풀백 자리로 돌아가면서 만들어지는 포메이션이었다. 벨기에의 수비 작업은 지난 브라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조합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오른쪽 수비는 데브라위너-샤들리 조합, 왼쪽 수비는 아자르-베르통언 조합이 협력 수비를 전개했다. 또한 때에 따라 비첼이 오른쪽 수비에, 펠라이니가 왼쪽 수비에 힘을 보탰다. 뎀벨레는 중원에 생기는 공간을 커버하는데 주력했다.

벨기에 수비의 핵심은 펠라이니가 포그바를 직접적으로 견제했다는 점이다. 포그바가 볼을 잡을 때면 펠라이니가 나타나 그를 제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이는 프랑스의 날카롭고 빠른 역습 작업을 통제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물론 벨기에전에서 포그바의 키패스는 무려 3회에 달했고, 턴오버는 단 1회만을 기록하며 펠라이니의 방해를 완전히 벗겨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같은 펠라이니의 견제는 벨기에 수비진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공격전술

프랑스 공격대형
후스코어드

위 사진은 프랑스가 벨기에전에서 사용한 공격 대형을 나타낸다. 큰 틀은 4-1-4-1 포메이션이었다. 캉테를 홀딩에 두고 그리즈만·포그바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마튀이디·음바페가 양쪽 측면 날개에 자리했다. 캉테는 프랑스의 공격 작업이 끊겼을 때 상대의 역습을 막는 진공 청소기 역할을 수행했고 그리즈만과 포그바는 공격 전개에 집중했다. 마튀이디는 측면에서 에르난데스와의 부분 전술에 집중했고 때에 따라 그리즈만과의 간격을 좁혀 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음바페는 이전 경기들과 같이 자신의 가장 큰 장기인 스피드와 드리블을 바탕으로 한 돌파에 집중했다. 또한 양쪽 측면 풀백인 에르난데스와 파바르는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측면 공격 작업에 힘을 보탰다.

프랑스 공격의 핵심은 3선과 1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 포그바와 그리즈만이었다. 두 선수의 역할에서 차이가 있다면 포그바는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움직였고 그리즈만은 전방 모든 지역에서 플레이했다는 것이었다. 공격시 포그바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포그바의 전진 배치가 그의 탈압박과 키패스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그바는 오늘 키패스 3회(팀내2위), 드리블 돌파 1회(팀내2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공격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포그바는 역습 상황을 제외한 그 이외의 상황에서는 2선 이상의 위치까지 전진하지 않았다. 벨기에의 역습에 대비하라는 데샹 감독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생긴 전방에서의 공백은 그리즈만의 활동량이 커버했다. 위에 게시된 그리즈만의 터치맵을 보라. 전방 모든 지역에 주황색 점들이 찍혀있다. 이와 같은 그리즈만의 광범위한 활동량이 포그바의 전진을 빛나게 해주었고 프랑스의 공격을 수월하게 만든 것이다.


후스코어드

프랑스의 측면 공격은 왼쪽과 오른쪽의 조합에 따라 상이한 전개를 보였다. 왼쪽은 에르난데스-마튀이디 조합, 오른쪽은 파바르-음바페 조합으로 구성됐다. 상술했듯이 에르난데스-마튀이디 조합은 부분 전술을 수행하는데 집중했다. 마튀이디가 볼을 잡으면 에르난데스가 오버래핑해 그와 패스를 주고 받는 전술이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또한 마튀이디는 공격시 측면 공격수, 수비시 중앙 미드필더의 한축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리스크를 안고 경기에 임했다. 마튀이디가 공격시에 음바페와 달리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에르난데스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구사하면서 마튀이디의 부담을 덜어주었다(에르난데스 터치맵 ⇒ 파바르보다 높은 위치에 많은 점들이 찍혀있음). 파바르-음바페의 오른쪽 공격은 음바페가 드리블 돌파를 감행할 경우 파바르는 뒤에서 역습에 대비하거나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을 구사하는 패턴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파바르의 터치맵이 중원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통해 반증할 수 있다.


프랑스의 수비전술

프랑스 수비대형
후스코어드

프랑스는 공격시 4-1-4-1 전술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수비시에는 4-3-3 전술을 사용했다. 공격시 측면 공격에 위치해 있던 마튀이디가 수비시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만들어지는 대형이었다. 이에 따라 마튀이디는 데브라위너를, 포그바는 펠라이니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사실상 존디펜스 형태와 다름없었다. 또한 1선에 위치한 그리즈만, 지루, 음바페 세 선수 모두 수비에 가담해 중원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상술했듯이 마튀이디는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공격시 적극적인 돌파보다는 에르난데스와의 부분 전술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수비 전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튀이디는 벨기에전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개의 인터셉트를 기록했다. 2개의 인터셉트를 기록한 캉테보다도 많은 기록이다. 이와 같은 마튀이디의 헌신이 있었기에 프랑스의 1대 0 승리가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트피스에서 승부가 갈리긴 했지만 두 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보여준 전술 변화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 팀이 보여준 전술은 향후 4년 간 여러 팀에 의해 모방되고 시행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명 하이브리드라고 불리는 전술을 멋지게 완수해준 두 팀에게 찬사에 박수를 보내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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