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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맨시티] 완전체와 불완전체가 만났을 때

양팀의 승부를 가른 후방 빌드업 차이

18-19시즌 EPL 1라운드의 최고 빅매치였던 아스날과 맨시티의 맞대결은 맨시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맨시티는 17-18시즌 우승 스쿼드에 마레즈라는 거물까지 더해지면서 한층 파괴력이 상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다비드 실바, 콤파니, 사네 등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고도 이 정도의 경기력을 뿜어냈다는 것이다. 비록 이제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또한 맨시티의 절대 1강 체제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아스날은 에메리 감독의 데뷔전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모든 면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에게 압도당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안거리라곤 신입생 귀앵두지, 리히트슈타이너, 토레이라의 준수한 활약뿐이었다. 맨시티전은 아스날과 에메리 감독에게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필요함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 맨시티는 아스날을 어떻게 무너뜨렸나

맨시티 공격작업
후스코어드
후스코어드

아스날전 맨시티 전술의 핵심은 단연 좌우 윙백이었다. 오늘 왼쪽의 멘디, 오른쪽의 워커는 측면의 지배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멘디는 공격시 윙백/수비시 풀백을, 워커는 공격시 백쓰리의 한축/수비시 풀백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공격시 두 선수가 수행한 전술적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멘디는 공격시 왼쪽 윙백 위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책임지는 페르난지뉴를 지원하기 위해 수시로 그와의 간격을 좁혔다. 이는 위에 게시된 멘디의 터치맵을 통해 반증이 가능하다. 이러한 멘디의 전술적 움직임은 지난 시즌 델프가 수행했던 역할과 매우 흡사했다. 이처럼 멘디가 왼쪽 빌드업 단계에 가담한 이유는 맨시티가 왼쪽 미드필더 진영에 마땅한 선수를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멘디가 델프처럼 왼쪽 미드 진영 전체를 홀로 커버한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멘디의 움직임은 페르난지뉴의 패스길이 차단되었거나 교체 투입된 데브라위너가 후방 빌드업에 가담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워커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격시 백쓰리의 오른쪽을 담당했다. 왼쪽을 담당했던 라포르테와 함께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스톤스와 페르난지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또한 때에 따라 자신의 최대 강점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아스날의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허물었다. 오늘 워커는 스털링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워커를 백쓰리의 한축으로 사용하는 변칙 전술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과 토트넘과의 33라운드 매치업이다. 당시에는 완성도면에서 미흡한 모습이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맨시티의 확고한 플랜 A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맨시티 압박
후스코어드

오늘 맨시티가 보여준 강력한 전방 압박은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맨시티의 최전방에 배치된 아구에로와 B.실바가 1차 압박을 전개했다. 즉 맨시티는 굉장히 높은 위치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한 것이다. 위에 게시된 터치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선수는 아스날의 최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는 소크라티스-귀앵두지-무스타피에게 균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스날이 1차 압박을 풀어 나오면 맨시티는 곧바로 2차 압박을 수행했다. 측면으로 볼을 전개되면 왼쪽은 스털링이, 오른쪽은 마레즈가 압박을 가했다. 또한 중앙으로 볼이 배급됐을 때는 귄도안이 자카를, 페르난지뉴가 램지를 직접적으로 견제했다. 이외에 외질, 미키타리안은 특정 위치가 아닌 광범위한 움직임을 구사한 탓에 압박을 가하는 선수가 때에 따라 달라졌다(아래 터치맵 참고).

위와 같은 맨시티의 강력한 압박으로 인해 아스날은 무려 21개의 턴오버를 범했다(맨시티12개). 특히 맨시티의 주된 압박의 대상이 된 구앵두지와 외질은 각각 6개, 5개의 턴오버를 범하며 매우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했다.


# 시간이 필요한 아스날의 공격작업

아스날 공격작업, 선수위치(후스코어드)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 작업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소크라티스-무스타피 두 센터백이 좌우로 넓게 벌려 섰다. 그 사이에는 귀앵두지 또는 자카가 배치되며 라볼피아나 대형이 형성됐다. 두 선수의 역할에 차이가 있었다면 귀앵두지는 전후방을 오가는 박스 투 박스 역할을 수행했고 자카는 주로 왼쪽 빌드업에 치중했다는 것이었다.

아스날 전방 공격 작업의 키워드는 스위칭이었다. 미키타리안-램지-외질로 이어지는 2선은 위치를 가리지않고 뛰어다니며 맨시티의 압박에 혼선을 주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오바메양은 2선에서의 숫자 싸움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주로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맨시티 수비의 뒷공간을 허무는데 주력했다. 위 아스날 선수 위치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키타리안-램지-외질-오바메양은 서로의 위치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했다.

후스코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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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했듯이 아스날은 후방 빌드업시 소크라티스-귀앵두지(자카)-무스타피로 구성된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했다. 즉 빌드업이 왼쪽에서 이루어지면 귀앵두지가, 오른쪽에서 전개되면 자카가 라볼피아나롤을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라볼피아나롤을 더 직접적으로 수행한 선수는 박스 투 박스 움직임을 가져간 귀앵두지였다.

이와 같은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 전술은 맨시티의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인해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라볼피아나 대형의 장점 중 하나는 골키퍼에게 킥 위치 선택에 대한 자유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맨시티의 압박에 아스날의 라볼피아나 대형은 앞으로 전진하기는 커녕 뒤로 후퇴하기 바빴다. 이럴 때마다 세이브 능력에 비해 발밑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체흐에게 볼이 갔고 결국 볼의 소유권은 맨시티에게 돌아가기 일쑤였다.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은 맨시티가 보여준 후방 빌드업과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맨시티가 볼 소유권을 잃은 지점이 아스날 진영에 몰려 있는 것과 달리 아스날은 빌드업 위치에 수많은 점들이 찍혀있다. 물론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제 첫걸음을 내딘 팀이기 때문에 이는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년에 있을 두 팀의 2차전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길 간절히 바란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는 예상대로 강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조직력과 전술로 아스날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경기 막판에 나온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는 실망스러웠다. EPL 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맨시티라는 거대한 클럽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될 실책이었다. 다음 매치업부턴 맨시티다운 깔끔한 승리가 나오길 간절히 염원한다.

벵거와 작별한 에메리의 아스날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에메리 축구에 대한 이해, 기존 선수들과 신입생들의 조직력 등 손봐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과연 에메리 체제에서 아스날이 부활의 날갯짓을 펼칠 수 있을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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