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코리아현대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팀이 갖는 위상은 상하곡선을 그린다. 한 두명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는 것보다 유능한 감독이 팀을 지휘하는게 더 위협적인 시대가 왔다. 바야흐로 감독들의 전성시대다. 과거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사키, 크루이프, 채프먼, 퍼거슨 같은 위대한 감독들이 전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그러나 현재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춘 걸출한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감독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피튀기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마치 감독들의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필자는 현대축구의 중심에 서있는 감독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 찾아냈다. 그것은 자신들의 철학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변화하고 더 나아가 진화해서 자신들의 철학을 남들이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자신들의 축구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게겐프레싱의 상징과도 같은 감독이다. 그의 축구는 상대가 강하던 약하던 강도 높은 압박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클롭의 축구는 조금 달라졌다. 게겐프레싱은 자신들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에 있는 팀들을 상대할 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강도 높은 압박을 시행하다 보니 최종수비라인을 끌어올릴 수 밖에 없었고 이로인해 상대의 역습 한 두 방에 무릎을 꿇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클롭은 이번 시즌 약팀을 상대할 때는 압박의 강도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1차 압박이 시작되는 위치를 지난 시즌보다 내린 것이다. 대신 수비력을 강화했고 중원에서의 탄탄함을 끌어올렸다. 이는 이번 시즌 리버풀의 실점이 단 10골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통해 방증할 수 있다.(지난 시즌 리버풀 실점 38골 - 빅 6 중 5위) 리버풀과 클롭은 변화했고 진화했다. 자신들의 축구에서.
이와달리 21세기 초반을 주름잡던 무리뉴는 변화에 인색한 모습을 보여주며 또다시 경질의 고배를 마셨다. 무리뉴의 리더십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특정 선수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통해 팀을 응집시키는 방법을 자주 사용해왔다. 그러나 현대축구는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해주고 선수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감독이 명장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다. 무리뉴의 공개적인 비판, 더 나아가 비난은 오히려 선수의 개성을 깎아내렸고 자신감 저하로 까지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무리뉴의 전술은 다른 명장들에 비해 고집이 너무도 셌다. 그는 상대 구분없이 수비적인 축구로 일관했다. 장점이던 빠르고 간결한 역습은 상대에게 간파당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그는 공격 전술에 대한 수정을 하지 않았다. 수많은 비판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수비력에 대한 비판을 받던 클롭이 변화한 것과 비교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리뉴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으로 인해 변화하지 못했고 정체됐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3회 연속 경질이라는 불명예였다.
현대축구에서 감독은 필드 위의 12번째 선수와 같다. 감독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하고 하염없이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이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과거 감독들이 장기집권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진보하지 못하는 감독은 짐을 싸고 떠나야 한다. 그게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명장이라고 할지라도. 이 각박한 현대축구에서 또다시 발전을 꿰하는 감독은 누구일까. 우리는 그 변화와 진화를 보면서 그저 즐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