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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Mar 26. 2021

가보지 않은 길

Kebele N

 종종 구글맵으로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본다. 시작은 내가 살았던 집, 다녔던 길이 궁금해서였다. 지금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본다. 처음에는 이 마음이 단순한 호기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구글맵을 켜는 나의 행동이 반복되며 이 마음이 후회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과거에 완결되지 못한 과제를 완결하려는 행위처럼 생각됐다.


 내가 살았던 Bahir Dar라는 도시는 특별했다. 수평선이 보이는 커다란 강을 곁에 두고 ㅜ모양을 취하고 있었고, 세 개의 꼭짓점에 집, 회사, 시장이 각각 위치하고 있었다. 2년 동안 특별한 도시에 살며 나의 삶은 매우 평범했다. 길이 학습된 로봇청소기처럼 세 개의 꼭짓점만 주구장창 다녔다. 물론 그 길에서 의미 있는 기억이 많다. 기본에 충실했기에 기본에서 후회가 될만한 일은 그다지 없었다.


 '그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이 물음은 그 도시를 떠나온 후 5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은 다만 상상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본 적이 없기에 그곳의 장면, 느낌, 의미에는 접촉할 수는 없었다. 그 모든 게 뒤죽박죽 뒤섞여 후회와 아쉬움이라는 감정으로 설명되는 듯했다. 내가 직접 걸었다면 그냥 '그곳'이라고 불리지는 않았을 텐데, 그곳에서 무언가를 만나고 무언가를 느꼈을 텐데. 무언가라는 대명사로 대부분을 설명하지 않았을 텐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의 초입에는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을 걸었을 때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예측은 사실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길을 잃으면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된다. 만남은 또 다른 길이 된다.


Bahir Dar, Ethiopia(google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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