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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Feb 11. 2022

불길 속에서 자란 사람

Man in the anger

 그는 활활 타는 불길 속에서 자랐다. 화염은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았고, 더욱이 대상은 구분하지도 못했다. 습기 어린 새벽녘에도 거센 불길을 피해 셀 수 없을 만큼 도망쳤다. 도망친 곳에서는 새로운 사람인 양 살았다. 화상 자국이 없는 사람처럼.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고 불길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가야 했다. 상처에 상처가 덧입어 통증도 무감각해질 때쯤 그는 불길이 닿지 않을 곳으로 영원히 도망쳤다. 혹시나 옷소매에 잔불이 옮겨 붙을까 두려웠고, 소중한 걸 챙길 여유는 없었다. 그때는 말갛고 추운 새벽이었다.


 그는 활활 타는 불길이 싫었다. 다 태워버리고 재만 남기는 불길을 닮고 싶지 않았지만, 불길은 불씨를 남겼고 결국 그는 불꽃이 되었다. 마른 장작 같던 마음은 쉽게 불꽃을 뿜어 냈고 그 스스로도 쉽게 꺼트리지 못했다. 모든 걸 다 연소시키고 꺼질 때즘 그는 이미 화마(火魔)가 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분명 생생하고 맑은 꽃이 되고 싶었을 텐데, 어느새 주변을 다 태우고 이내 자기도 태워버리는 불꽃이 되어 있었다. 그는 뜨거웠지만 사람들은 불꽃만 봤고, 그럴수록 불꽃은 파란빛을 띠었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그는 새벽에 걷고 또 걸었다. 춥고 습기 어린 새벽이 그에게는 간절했다.


 그는 소중한   태워버리기 직전 젖은 장작을 만났다. 태우려고 해도 타지 않는 사람, 옮겨 붙지 못하게 길목을 막는 사람.  사람은 천천히 발화점을 찾아주었고 불꽃이 그의 전부가 아니라고도 말해주었다. 모두가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쯤 두고 살고 있으니 당신만 그런  아니라고, 그리고 가끔은  따뜻하기도  온기가 전해진다고. 얼마   사람은 떠났지만, 그의   중간에는 젖은 장작더미가 가득 쌓였다. 남들과 다를  없는 하루를 살고 집으로 돌아가는 , 그는 따뜻했고 편안했다. 그때는 생생하고 맑은 새벽이었다.


Manarola, Italy(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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