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무대를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
글을 끄적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부터이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 책은 모닝페이지라고 명명하는 A4용지 세 페이지 분량을 매일 쓰는 훈련을 겸하는 것이었기에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3달 정도 글을 썼다. 혼자만의 일기라 아무도 보지 않는 내용들을 마구잡이로 기록한다.
이것을 알고 있는지? 무의식에서 나오는 생각들 중에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본질. 진짜 속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의식하면 할수록 숨어버리는 생각에서 벗어나 진짜를 만나게 되는 시간은 어쩌면 스스로도 놓치고 있던 내면의 진심이다. 그 덕분에 나는 글로 생각을 풀어내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오픈된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훅 들어온다. 시작은 엄마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었다.
무작정 브런치 작가도 신청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글쓰기를 하는데 글을 매일 쓸수록 책을 내는 길이 매우 멀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아무나 책을 내는 것 같았는데 그 아무나 가 아무 나는 아니구나.라는 현실을 자각했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글을 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엮어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쓰는 사람의 뾰족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글맛을 알기 전까지 부단히 써 내려가야 하는 과정을 충분히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뿐.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글을 쓰다가 우연히 알게 된 백일백장 프로그램의 도전을 완성하려고 쓰는 이유도 있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시스템 안에 나를 넣어 놓는 것이지 백일백장을 완주하는 것이 글을 쓰는 목적은 아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글을 쓸 테니까.
글을 쓰는 이유는 미래의 나에게 인정받고 싶은 지금을 만들고 싶어서이다. 미래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나, 열심히 살고 있어. 미래의 나야 기대해도 좋아! 지금의 생각을 글로 남기면 지금 나의 시야에서 볼 수 있는 유치하고 어린 이야기. 즉 이 나이 때에만 쓸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니까 부단히 남기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며 때로는 스스로에게 가혹할 만큼 부족함을 인정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수십 번 반복하였지만 그것을 대면하는 용기에서 오는 자유함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자유가 주는 기쁨 덕분에 또다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니까. 힘이 잔뜩 들어간 나 자신에게 힘을 빼는 연습이 가능하게 만든 것도 글쓰기로 시작되었으니까.
글을 쓰는 것은 나만의 무대를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텅 빈 무대에 점점 여물어 가는 대사와 무대 조명 그리고 자연스럽게 꾸며지는 배경까지. 처음은 누구 하나 주목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 작은 무대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묵묵하게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