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제물은 자의식의 희생이다.
희생이 클수록 효과는 크다.
High Risk, High Return.
No Pain, No Gain.
고통과 아픔이 세계를 규정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희생을 통해 고통과 아픔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 희생이 클수록 효과는 크다. 이에 대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고통을 줄이고 싶은 사람, 존재의 흠결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 능력의 범위 안에서 최고의 미래를 끌어내려는 사람,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선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 자신의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것이다(주1).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그것도 나이 100세에 얻은 귀한 독자) 번제로 드리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하신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창 22:2]
처음에 이 구절을 읽고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지 하나님? 사람을 갖고 장난을 쳐도 정도가 있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상상하기 조차 끔찍한 명령을 아브라함은 순종하려고 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하나님이 보고 싶은 것은 그의 믿음이었지 아들을 번제로 드려지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악의 근본적인 시작은 인간의 자의식, 곧 우리 자신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주2). 그것으로부터 오는 두려움과 분노, 혹은 원망이라는 감정을 알고 이해하게 된다. 고통이라는 의미를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재앙은 시작된다. 성경에서 등장하는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는 지점부터 시작된 죄이다. 부끄러움과 두려움(고통)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사건을 글자 그대로 자식을 제물로 바치라는 의미에서만 머물지 않고 아브라함이 갖고 있던 자의식을(자식을 바쳐야만 하는 고통을 인지한 것) 악이라 규정하는 시각으로 보게 된다면 아브라함은 그 고통을 통제하기 위한 것, 즉 온전히 하나님을 믿는 것(바로 하나님은 그에게 가장 선한 것을 주시는 분이라는 신념)을 선택한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은 자식을 번제로 내어줄 것이라는 큰 희생(고통을 통제하기 위한 믿음)을 선택한다. 하나님이 보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 자신도 '자의식이 주는 고통이라는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 그것이 악을 기꺼이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고통이 오면 절망과 원망과 분노를 선택한다. 악을 붙잡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견딜 수 없는 부당한 고통의 인지가 악이라면(인간이 가진 자의식으로부터 온) 그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이 바로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선택인 것이다.
보다 쉬운 표현을 빌리자면,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부터 포기해야 한다. 희생을 해야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통제하는 신념은 더 나은 삶을 지속하는데 힘이 되어 준다. 그 희생이 클수록 효과는 크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은 주식투자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 삶의 고통을 통제하기 위한 나의 희생 제물은 어떤 것일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까?
나는 나 자신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다. 지나치게 소중해서 편협한 이기로 똘똘 뭉쳐진 나의 자의식..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자아에 대한 의식을 나는 희생시켜야 한다.
사실 몇 주 동안 이러한 깨달음의 씨앗이 나를 심히 황량하고 구슬프고 처량하게 만들었다. 소중한 오랜 정을 영영 떼어 버린다는 직감이 감당하기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것이 나의 삶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이라는 것을 안다.
과연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해서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결코 내던지지 못했던 자아를 제물로 바칠 수 있을까?
용기 없고 소심한 내가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내 의지로 하는 것일까?
나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아니 결단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바로 나의 첫 제물, 자의식의 희생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제물이 재물이
재물을 제물로
재물이 나라면
나라는 재물이 제물이 된다면.
주1,2) 조던 B.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 2018, 메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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