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영광스럽고 뛰어난 세상의 유일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
원수는 그리하여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피조물은 하나같이 영광스럽고 뛰어난 존재’ 임을 인정하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인간의 동물적인 자기 사랑이야 그 작자도 하루빨리 없애고 싶어 하지. 하지만 원수는 새로운 종류의 자기 사랑(자기 자신을 비롯하여 모든 자아를 향한 사랑과 감사)을 회복시키기 위해 장기 정책을 쓰고 있다. 이게 무서운 거지. 이웃을 정말 제 몸처럼 사랑하기를 배운 인간은 저 자신 또한 이웃처럼 사랑할 수 있게 된다(주1).
삼촌 악마가 조카 악마에게 쓴 편지이다. 여기서 지칭하는 원수는 하나님(신)이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멀리하고 사단의 노예가 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상세하게 조언해 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촌 악마가 말하는 동물적인 자기 사랑은 무엇일까?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화내고 싶을 때 화내고, 하고 싶을 때 하는 어떤 절제도 없이 원초적 본능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정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바로 악마가 가장 원하는 것이다.
동물적인 자기 사랑과 대비되는 새로운 종류의 자기 사랑은 무엇일까? 사단이 무섭다고 표현한다. 악마조차도 두려워하는 자기 사랑은 자신이 영광스럽고 뛰어난 세상의 유일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것.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 매우 어렵다. 나 자신이 본능대로 살려고 할 때,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어 할 때, 나쁜 감정을 있는 그대로 가족에게 표출해 버렸을 때, 그런 못난 나를 사랑하기 힘든 순간,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영광스럽고 뛰어난 세상의 유일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 최다은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태어난 유일한 존재이다.
어차피 나의 정욕은 생의 마지막 두 눈을 감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으니까. 나의 성질머리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악마의 속삭임과 투쟁할 뿐이다. 그 언젠가 오랜 투쟁의 시간이 지나면 점차 그것이 잠시의 소란으로 내 속의 갈등을 줄여 나갈 것이라는 소망을 버리지 않으리라.
쓸모없는 하루를 보내지 않겠다고. 당장 화를 내고 싶어도 화를 내지 못하고 당장 자고 싶어도 잠을 자지 않겠다는 선포이다. 나 자신을 본능에 이끌려 살게 하지 않겠다고. 매 순간 달콤한 유혹으로 이끄는 악마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시간테이블을 몸에 맞추려고 하니 잠이 많은 내가 초저녁부터 눈이 감긴다. 저녁시간이 매우 힘들다. 다행히 가족에게 무례하게 짜증을 내지 않는다. 나 자신을 아무렇게나 본능에 의해 내버려 두고 싶지가 않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 동물적인 자기 사랑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자기 사랑을 하고 싶다. 나 자신을 진짜 사랑해 주고 싶다. 나 자신을 확장시키고 싶다. 그 확장이 타인을 진짜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어설픈 동정과 연민으로 타인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오늘 반복적으로 기도하며 되뇐다. 나 최다은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태어난 유일한 존재이다. 오늘 하루 나는 이런 나를 인정해 줄 것이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니까.
주1)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2000, 홍성사
매달 14일,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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