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을 테니까
안녕 2002년의 어린 다은아!
나는 2024년의 다은 언니야. 얼마 전에 너의 첫 남자친구가 언니의 인스타 스토리를 클릭했더라(인스타 스토리는 클릭한 계정이 주인에게는 보이거든.. 이점 유의하시길) 하하하 실수였던 것 같아. 나의 친구의 친구라서 친구추천으로 뜬 것 인지도 모르겠어. 예전 남자친구 이름을 보게 되니 어린 다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어.
어린 다은아! 너는 너의 솟아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를 불러냈었지. 중학교 운동장이었던 것 같아. 어두 껌껌한 운동장 벤치에서 너는 그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했어. “너 때문에 내가 잠을 잘 수가 없어” ”네가 자꾸 생각난다고... 책임을 지라고.. “ 어린 다은이 참 제 멋대로였어.. 지금 생각해 봐도.
그는 여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매우 힘든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너의 감정만이 중요했지. 그의 감정 따위는 배려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는 너를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의 교만함이 너에게 있었던 거야.
그는 마음이 힘들어 죽겠는데 너를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일주일 내내 매우 고심하다가 너의 고백 아닌 고백을 선뜻 받아주기로 했지. 그리고는 너의 첫 남자친구가 된단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의 집에도 놀러 가고 얼떨결에 그의 부모님과 저녁도 먹고 일사천리로 많은 것을 감행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는 없는 것 같아.
그러다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 “내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아 다은아”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듣고 나니 너는 네 귀에 무언가 잘못 들은 것처럼 재차 확인을 했었지.
그리고 바로 나온 너의 대응은 가히 비겁하고 또 비겁했어.
“아... 너에 대한 나의 모든 감정은 모두 착각이었어 미안해. 어쩌지?”
그렇게 너는 너의 모든 감정을 착각이었다고 자기 합리화로 포장하고는 그가 믿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라는 식으로 매주 교회에서 그를 못 본 척하곤 했었지. 그가 매우 힘들어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듣게 되면서 어떤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없었어. 그가 나에게 준 상처를 돌려준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는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너무나 괜찮다며 스스로를 속이게 만들었으니까.
너는 너 자신을 기만하며 너의 감정의 스크레치를 이겨낸다고 생각했지. 비겁하게 회피하는 것이 옳다고 느꼈던 결과는 어땠지? 이후에 너의 궁상스러운 일들이 모두 다 기억이 나니?
그가 군대를 가고 첫 휴가를 나오자마자 그가 보고 싶어서 그를 끝내 만나고는 못 마시던 술을 마셔대고 다리가 완전히 풀려 헤롱 대었던 시간을 잊지는 않았겠지? 그의 친구들에게 부축을 받고 겨우 집까지 질질 끌려오게 되었지. 지우고 싶은 기억이 여전히 꽤나 또렷하게 남아있단다.
너는 그렇게 자만했고 교만했고 이기적이었고 제멋대로였지.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상처를 주면 되는 것이라는 관계에 대한 서투름은 정말 형편없었어.
너는 지금의 내가 궁금하니? 여전히 대책은 없어. 여전히 제 멋대로이기도 해.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나 자신을 속이려 하는 마음이 들 때 멈춤을 한다는 거야. 나의 감정을 속이고 싶지 않고 나의 상처를 외면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때처럼 어리석게 말이야.
그를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에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꼭 다시 되돌리고 싶은 말이 있어. 나에게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싶어.
“너의 심장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성급했었다고. 기다리겠다고 내가 언제까지 기다릴지는 모르겠지만 내 감정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너를 기다리겠다고”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 볼 거야.
내 감정을 속이지 않고 충실하게 내 감정을 존중하는 방법을 선택할 거야. 나 자신의 감정과 나 자신을 속이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22년이나 지난 지금, 나의 부족함과 장점을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어린 다은이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손발이 오그라 거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는 거야.
내면을 가차 없이 드러내는 일이
나를 점점 더 단단해지게 만든다는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화요일 [건강한 가정은 작은 천국]
수요일 [새벽독서, 책과 나를 연결 짓다]
목요일 [판도라 상자? 열어야겠지?]
금요일 [브랜드 시야로 나 세우기]
토요일 [현실과 이상의 연결, 지혜로 말하다]
14일마다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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