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3일
내 하루에 큰 영광은 없어
수용과 겸손
숙였던 고개를 잠시 들어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글과 사진이 내 눈앞을 지나간다
약간의 필터가 끼어있는 듯 눈이 부옇다
빨간 반묶음 머리를 한 여자아이, 호피 무늬 치마와 푸른색 레그워머가 눈에 띈다
5살도 안되어 보이는데, 어릴 적부터 개성이 강하구나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그 엄마도 강렬한 색깔로 내 눈을 간지럽힌다
책을 읽는 여자, 교과서인지 글씨가 꽉꽉 채워져 있다
저 여자는 핸드폰으로 뭔가 결제하고 있다
무언가 그녀의 삶에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 주려나
두 남자는 잔뜩 취해서 피자 박스째 열고 집중하고 있다
눈이 마주쳤다, 맛있게 먹으라고 웃어주었다
이미 알아서 잘 먹고 있지만
지하철에서 발을 떼고, 출발하기 시작하는 지하철과 인파가 흘러가는 방향 반대로 걸어가다 보면,
살짝 어지럽다
내 시선 안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럴때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양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고,
다시 걸어가는 수밖에
계단을 내려가면 아마 오늘도 있겠지
기타를 입으로 뜯고 있는 아저씨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로 내 발길을 잡는 음악이
하늘은 회색이고, 내 하루에는 잠시 멈춤이 있지만,
음악 소리는 역사 통로를 가득 채우니,
일단 오늘은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