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문어는 먹물을 쏴?”
나는 문어 편에 서서 말했다.
문어는 지느러미가 없잖아.
그래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빨리 헤엄칠 수가 없잖아.
그래서 먹물을 쏘고 도망치는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악어한테서도 도망칠 수 있어?
응.
상어한테서도?
응.
엄마의 대답은 대개 이렇게 짧다.
사실을 설명하기보다는
안심을 먼저 건네는 쪽으로.
그런데 아이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로.
“근데 엄마, 왜 흰색으로는 안 쏘는 거야?”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도망칠 때 필요한 색이 왜 하필 검은색인지,
세상에는 왜 밝은 것 말고 가려야만 살아남는 순간들이 있는지.
오늘도 아이는 질문 하나를 남기고
나는 답 하나를 놓친 채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