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상견례 날

by 김단아

언니의 상견례 날,
엄마와 아빠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웃음보다 먼저

미안함이 상 위를 덮었고,

들국화 같은 말 한마디조차

끝내 피지 못했다.


언니가 웃을 때조차

엄마와 아빠의 눈은

밥그릇 속으로만 향했다.


엄마와 아빠의

밥숟갈은 자꾸만

조심스러워졌고,


엄마와 아빠의

물 잔은 자꾸만

비어갔다.


사랑이 많아도

내어줄 수 없는 것이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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