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처음엔 친구 이야기였다

무증상 유방암, 그 시작의 기록

by 다나약사


정말 아무런 증상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처음 병원에 내원해

유방암 검진받을 생각을 했냐고?



SNS로만 종종 근황을 알고 지내던 친구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치료받고, 건강해져서 다시 보자'라고,

진심이었지만

한없이 가벼운 위로를 전하고서

잠자리에 누웠다.


'에고.. 예전부터 물혹 있어서 걱정하더니..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안타까워하면서

잠이 들었다.



며칠 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샤워를 하는데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났다

'항암치료 잘 받고 있으려나, 힘들겠다.. 에휴...'


'근데...... 나는? 내 가슴은 괜찮나?'


내 가슴을 유심히 만져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뭐 여자들 가슴엔

원래 멍울 같은 게 느껴지니까~' 하고

내가 예민한 거겠지, 무시해 버렸다.



또 이틀정도 흘렀을까..

그날도 샤워를 하다

혹시나 싶어 다시 만져봤고

이번에는 뭔가 확실하게 이상하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날엔 일하는 와중에도

'가슴에 뭔가 진짜 있는 것 같은데...' 하는 걱정이 커졌고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유방암 자가검진 하는 방법을 검색해

다시 한번 면밀히 촉진을 해봤다.


'반대쪽 가슴엔 없는데,

한쪽 가슴에서만 만져지는

단단한 강낭콩크기의 덩어리가 있다..

물혹 같은 건가? 아니면 진짜 암일까...?!!'



무언가 있다는 직감 때문이었을까.

그날 밤 꿈자리마저 뒤숭숭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조만간 쉬는 날에 병원 가서 검사받고

암 아닌 거 확인한 다음에

발 뻗고 편하게 자야지!"



그렇게 나는 병원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지금에 와 말이지만,

이때라도 병원에 가기로 맘먹은 나 자신! 너무 칭찬해!)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찾은 동네 산부인과의원.


내가 사는 지역에는 큰 산부인과 병원이 2곳 있었는데

예약하려고 보니 두 곳 다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뭔가 있다고 생각한 이상

오래 미뤄두는 건 좀 불안했고,

바로 검진이 가능한

집 근처 작은 의원급

여자원장님들만 있는 산부인과 의원에 내원했다.



정확한 검진을 위해

유방촬영술(X-ray)과 유방초음파

두 가지를 모두 시행했다.


유방촬영술은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유방초음파만 하고 싶었는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두 개 다 해야 한다고 하셔서

'그래, 뭐 어때. 해보자'싶어 유방촬영술을 먼저 진행했다.


유방촬영술은

가슴을 양쪽에서 납작하게 눌러 찍는 x-ray인데

진짜 너무 아팠다.


촬영 결과 양쪽 유방 모두

석회가 침착되어 있었고,

문제의 그 멍울이 만져진 자리에는

석회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었다.


석회란 유방촬영에서

유방조직 내에 조개껍질 같은 칼슘 성분으로 된

하얀 점으로 보이는 부분을 말하며,

석회의 형태가 군집되어 있거나

유선을 따라 배열하는 양상을 보이면

유방암의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다음은 유방초음파.

누워서 초음파화면을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자세히 설명하시면서 검사해 주셨는데,

초음파 화면을 보자마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유방초음파를 해본 적은 처음이었지만,

뭔가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위치에

초음파상의 덩어리 모양을 보고

'암일 것 같은데...' 직감했었다.


모양이 마치 비정형적인 진흙 덩어리처럼,

길쭉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


'약대에서 배웠었지...

악성종양은

제멋대로 자라나기 때문에

모양이 비정형이라고..'


그 외에 자가검진 때

촉진만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물혹들도

초음파상으로 몇 개 더 나타났는데,

그들은 마치 호빵처럼 매끈하고 이쁜 모양이었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저건 암 일 것 같다는 불안함은 더 커졌다.



의사 선생님도 즉시 조직검사를 권했고

간단한 국소마취 후

'유방 총 생검'을 통해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굵은 주사 바늘을

총 쏘듯이 병변부위를 관통시켜

주삿바늘 안으로 조직세포를 흡입해 채취하는 방식인데,

한 번 찌르고 마는 게 아니라

3차원적으로 다른 방향, 다른 위치에서

여러 번 찔렀다 뺐다를 반복했다.


바늘이 유방조직을 비집고 들어갈 때마다

너무 아파

손에 쥔 거즈뭉치를 꽉 쥐었다.

끝나고 나니 가슴에 시퍼런 피멍이 들었다.



병원을 나와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급 서러워져서 눈물이 펑펑 났다.

이때가 암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가족들은 "그럴 리 없다

가족 중에 암진단받은 사람도 없고,

젊은 나이에 건강하던 네가 무슨 암이겠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아닐 거라고 다독여 주었지만,


혹시 모를 암 진단에 대비하듯,

근교로 여행도 다녀오고,

맥주도 한잔 하면서

나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 체념을 했던 것 같다.


막상 유방암이란 결과를 받았을 때는

크게 놀라진 않았던걸 보면.



"유방암입니다"


정확한 병기는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사 해봐야 알 수 있다고,

1기는 넘은 것 같다는 소견이었다.



결혼한 지 3개월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