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얼룩을 지우는,
어느 낡은 세탁소 이야기

마음이 감정이라는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세상에서

by 누리봄

아주 먼 옛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긴 불신의 벽이 너무도 높아져 더 이상 서로의 마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굽어살피던 '고열가 바라다라'는 세상에 남겨질 슬픔과 울분을 위해 마지막 배려를 준비했습니다. 그는 아사달에서 꾸준히 살아갈 세 가문을 신단수 아래로 불러, 감정을 다루는 세 가지의 업(業)을 맡기며 신표를 건넸습니다.


첫 번째 약속, 흐르는 물처럼 씻어내기

가장 먼저 청연(淸淵)가에게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빛 항아리와 옥패, 네모난 푸른 반지를 건넸습니다.

> "너희 가문은 세상을 水기운으로 씻겨라.

> 사람 감정은 옷과 같아서, 더러워지면 빨아 입어야 한다.

> 사람이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물처럼 흐르게 하라."


두 번째 약속, 남은 흔적을 불태우기

진멸(燼滅)가에게는 둥근 붉은 반지와 옥패, 꺼지지 않는 불씨가 담긴 화로를 주었습니다.

> "너희 가문은 세상을 火기운으로 태워라.

> 씻겨 나온 감정 찌꺼기가 땅을 병들게 하지 않도록,

> 꺼지지 않는 불로 태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라."


세 번째 약속, 헤진 마음을 다시 깁기

마지막으로 운직(雲織)가에게는 옥패, 금속빛 세모 반지와 하늘의 빛 실이 감긴 바늘을 건네며 부탁했습니다.

> "너희 가문은 세상을 金기운으로 기워라.

> 씻고 태우느라 헐거워진 가슴이 다시 찬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 사랑으로 단단히 여미어 주어라."


청연이 세상의 울분을 씻어내면, 진멸이 그 남은 찌꺼기를 태우고, 운직이 그 상처 난 자리를 다시 깁겠다는 맹세. 그것은 아사달의 깊고 높은 신단수 아래에서 맺어진, 세상의 모든 울음을 달래기 위한 은밀하고도 단단한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세월은 물보다 빨랐고, 불보다 뜨거웠으며, 바늘보다 날카로웠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우물은 넘치고, 화로는 깨어지고, 전쟁통에 바늘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서로의 얼굴조차 희미해질 만큼 약속이 흩어진 뒤, 결국 홀로 남은 것은 '물맡이 집' 청연 가문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씻겨 나가지도, 태워지지도 못한 세상의 검은 울음을 수천 년 동안 묵묵히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오래된 우물은 파자루니스와 서라울 도시의 경계, 어느 낡은 세탁소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마지막 우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헐거워진 당신의 마음을 깁고, 얼룩진 감정을 깨끗이 지우려 애쓰는 어느 낡은 세탁소의 기록입니다. **

프롤로그 삽화_generated-image.png


> "우리는 매일 감정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갑니다. 얼룩진 마음을 혼자 닦기 버거울 때,

이 낡은 세탁소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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